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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 혐의 KAI 압수수색, 대표 등 10여 명 출국금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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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위사업 비리 혐의와 관련해 경남 사천에 있는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 등을 14일 압수수색했다.

수리온 헬기 등 군 납품 과정서 #개발비 부풀려 500억 챙긴 의혹 #검찰, 전·현직 경영진 계좌 추적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 확인 나서

검찰은 또 하성용(66) KAI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10여 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KAI는 다목적 헬기 수리온 등을 개발해 온 국내 최대 방산업체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 관계자는 이날 오전 “원가 조작을 통한 개발비 편취 혐의를 포착해 경남 사천시 소재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본사 경영지원본부와 전략기획본부 및 산청 사업장 등에 검사와 수사관 등 수사팀 100여 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KAI가 수리온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가의 한 항목인 개발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5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단서를 잡고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확인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감사원의 수사 의뢰 등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내사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앞서 감사원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KAI 관련자들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하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경영진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하 대표 등 일부 경영진은 이번 사건의 주요 수사 대상이어서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하 대표의 집과 차량, 휴대전화 등도 포함됐다.

하 대표는 경북 영천 출신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뒤 대우중공업에 입사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9년 대우중공업·삼성항공산업·현대우주항공 등 3사 항공부문 통합으로 KAI가 설립되면서 자리를 옮겼고 2013년 KAI 출신 인사로는 처음으로 사장에 취임했다.

하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알려져 왔다. 검찰 관계자는 “하 대표의 부인이 박 전 대통령과 18촌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를 확인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는 규모 면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수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를 맡은 방위사업수사부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지휘 아래 있어 수사의 대상과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기업 내부 비리에서 횡령·로비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경우 지난 정부의 정·관계 인사까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감사원의 감사와 언론 보도 등에서는 주요 핵심 제품의 선정·납품 과정에서 거액의 상품권이 군과 정치권 관계자들에게 건네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KAI가 환전 차익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나온 상태다.

익명을 원한 검찰 관계자는 “KAI가 했던 여러 사업 및 그와 얽힌 인사들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KAI는 다목적 헬기인 수리온 외에도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사업,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인 ‘KF-X’ 사업 등을 수행해 왔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KAI의 최대 프로젝트인 ‘KF-X’ 사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으로 정책결정 과정에서 로비 등 여러 의혹이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KAI 측은 “부당한 원가 부풀리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올해 연말 최종 발표가 나는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T-50) 교체사업 입찰에 불똥이 튈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업은 미 공군의 노후 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17조원대 프로젝트다.

현일훈·이소아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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