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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2) 손님인줄 알았는데 폭군으로 변한 올 장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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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들은 ‘날씨 경영’을 잘해야 한다. 그래야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도 잘 지킬 수 있다. 날씨가 몸과 마음 건강에 다 같이 영향을 크게 미치는 요소라서 그렇다. 한창때는 대개 직장이나 일터에 온종일 붙박이처럼 묶여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은퇴하면 시간이 고스란히 자기에게 주어지다 보니 바깥나들이가 많아지고 이래저래 날씨에 신경 쓸 일도 많아진다. 은퇴자를 위한 날씨 경영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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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찾아오는 장마도 우리네 인생처럼 얼굴이 있고 결이 있다. 올 장마는 아직 전반전에 속해 있어 그 특징을 죄다 설명하긴 힘들다. 지금까지 나타난 거로만 보면 올 장마는 ‘지각 장마’이고 ‘두 얼굴의 장마’다.

역대급 가뭄에 지각한 장마 #곳곳에 물폭탄 세례 #기상청 예측 끝까지 지켜봐야

또 ‘야행성·국지성·게릴라성 집중 호우’를 몰고 왔다. 초반에 강세를 보여 기상청이 예측한 ‘2017 마른장마’ 가능성도 끝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게 됐다.

7월 3일 0시, 레이더 통합 영상에 비친 장마 [사진 기상청]

7월 3일 0시, 레이더 통합 영상에 비친 장마 [사진 기상청]

올 장마는 일주일 정도 늦게 찾아왔다. 지각 장마다. 6월 24일(토) 제주에 슬쩍 나타났다 남하한 장마는 7월 들자마자 남부와 중부권을 오가며 제법 많은 비를 뿌렸다. 역대 급 가뭄을 속 시원히 해소해 주려는 듯 곳곳에 집중 호우를 퍼부었다.

하지만 각종 피해도 남겼다. ‘여름 불청객’쯤으로 여겨졌던 장마가 올해처럼 출발 전부터 귀한 손님 대접을 받은 적은 잘 없었다. 하지만 출발 직후 폭군처럼 변해 이곳저곳에 물 폭탄을 터트렸으니 말 그대로 ‘두 얼굴의 장마’가 아닌가.

이외로 장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달 내내 계속되는 지긋지긋한 습기와 그로 인한 질병, 호우 피해 때문이다. 은퇴기 사람들에겐 더욱 귀찮은 손님이 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에어컨이 빵빵 잘 터지는 사무실이 아닌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장마와 부대끼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렇다. 신체 면역력이 옛날보다 크게 떨어져 병에 취약해 진 것도 이유다. 그래도 어쩌랴. 장마가 해마다 거르지 않고 꼭 찾아오는 손님이고 보면 별 도리 없이 응대에 나설 수밖에.

곰팡이와의 전쟁

장마 한 달간 일상생활의 최대 복병은 뭐니 뭐니 해도 습기와 곰팡이다. 집안 곳곳이 눅눅해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등 곰팡이와의 전쟁을 벌이기 일쑤다. 심지어 우울증을 겪는 사람까지 생긴다. 적당한 실내습도는 40~50%다.

하지만 장마철에는 80~90%까지 치솟기 다반사다. 따라서 제습기나 에어컨, 보일러 난방, 천연 제습제(숯·신문지) 등을 이용해 실내 습도를 낮추는데 먼저 신경 써야 한다. 기상청이 발표하는 ‘불쾌지수’나 ‘빨래지수’ ‘식중독지수’ 등을 그때그때 활용하는 것도 지혜다.

습도가 60% 이상 되면 세균은 1.3배, 곰팡이는 3배가량 많아져 건강을 해치게 된다. 덥고 습할 경우 식중독 위험은 확 높아진다. 냉장고에 음식을 오래 두지 말고, 익혀서 먹으며, 손을 자주 깨끗이 씻는 게 좋다. 바깥 운동이 힘들면 실내 운동으로 대체하고, 술은 좋아해도 적당히 마시는 게 순리다.

자동차 에어컨·공기 필터 등을 점검해서 교체하거나 청소하고 환기에도 유의해야 한다. 장마 때 관절·대상포진 등 이외의 병이 올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산사태나 축대 붕괴, 집·자동차 침수, 산·계곡 야영 피해 등도 각별하게 신경 쓸 대목이다.

지역별 장마시종일 변화 [사진 기상청]

지역별 장마시종일 변화 [사진 기상청]

우리나라 장마는 6월 18일쯤부터 7월 하순 사이 한 달 남짓(최근 5년 평균 33일) 찾아온다. 장마 기간 중 절반이 약간 넘는 평균 18일 가까이 비가 내린다. 지역별로 장마가 가장 길었던 해는 중부 2013년(49일), 남부 1969년(48일), 제주 1998년(47일)이었다. 가장 짧았던 해는 1973년으로 중부·남부 6일, 제주 7일에 불과했다.

올해는 역대급 가뭄 때문에 장마가 어서 빨리와 주기를 학수고대 했지만 기대가 깨졌다. 지각했던 올 장마는 예상과 달리 초반에 강세를 보였다. 7월 첫 주(2~8일) 강원, 제주, 중부권을 중심으로 무려 100~200mm에 이르는 비를 퍼부었다.

특히 강원 곳곳에는 7월 초입 사흘 동안에만 360mm에 이르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최근 우리나라 장마 연 평균 강수량이 356mm(연간 강수량의 약 27%)이고 보면 강원도 일대에는 사흘 만에 그 해 장맛비가 다 온 셈이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여름에 오는 비라고 해서 모두 장맛비는 아니다. 장맛비란 장마 전선의 영향을 받아 내리는 비를 가리킨다. 장마는 한국은 물론 일본·중국에도 있는 동아시아 특유의 기후 현상이다. 일본에서는 ‘바이우’(梅雨), 중국에서는 ‘메이유’(梅雨)라고 부른다.

우리 속담에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때때로 장마 피해는 크다. ‘집중호우’란 것에도 기준이 있다. 통상 한 시간에 30㎜ 이상이거나 하루에 80㎜ 이상, 또는 하루에 연 강수량의 10%가 넘는 비가 쏟아질 때를 가리킨다.

사실 장마 예측은 무척 어렵다. 원체 변수가 많아 고성능 컴퓨터를 쓰고 숙달된 예보관까지 동원해도 가끔씩 예보가 틀린다. 가히 신의 영역에 속할 정도다. 오죽하면 기상청이 10여 년 전부터 그때그때 필요한 장마 예측은 하지만 장마 전모(全貌)에 대한 예측만큼은 하지 않기로 했을까. 기껏 해봐야 ‘기상청은 오보청’이란 얘길 듣기에 딱 좋았으니까 그럴 만도 했다.

참고로 장마의 이모저모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표현들을 소개한다.

장마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표현


· 지각 장마 : 평년보다 열흘 전후 시작이 늦은 장마
· 마른장마 : 비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장마
· 거꾸로 장마 : 제주→남부→중부 순이 아닌 이례적으로 중부→남부→제주로 이어지는 장마
· 반쪽 장마 : 한 지역에선 비가 많이 오는데 다른 지역에선 거의 오지 않는 장마
· 늑장 장마(되돌이 장마) : 7월 하순께 끝날 것처럼 보이며 북상했던 장마 전선이 일시 남하해 다시 발동을 거는 경우. 물난리나 야영객 피해 등이 잦아진다
· 가을 장마 : 간혹 남부 지방에서 가을 초입인 8월 29일~9월 17일 사이 다시 찾아오는 장마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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