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ICBM발사에도 G20에선 발언 수위 낮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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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 직후에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 수위는 예상외로 낮았다.
트럼프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와의 양자회담에서 "중국이 해 온 일들에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나와 시 주석이 원하는 것보다 (북핵문제 해결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어떻게든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에 대한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곤 바로 무역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무역은 매우 매우 중요한 이슈다. 시 주석을 알게 돼 영광이며 양국은 훌륭한 관계로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추가 제재를 검토할 뜻을 밝히긴 했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발언 강도나 비중, 중국에 대한 압박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수준의 원론적 발언 #별 카드 없는데다 안보리 논의 지켜보려는 의도도

대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총대를 멨다. 틸러슨 장관은 회담 후 "중국은 중요한 행동을 취하다가도 여러 가지 많은 이유를 내세우며 이를 중단하곤 했다"며 대북 제재 실행에 미온적인 중국을 비난했다. 또 "지난주 단행된 (단둥은행) 제재를 통해 그들(중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은 어느 곳에 있든 간에 우리가 추적하고 제재해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리의 결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트럼프가 '사고'를 치면 틸러슨 장관 등이 수습에 나서는 패턴과는 대조적이었다.

트럼프는 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선 "북한의 핵·미사일은 큰 위협인 만큼 관련 논의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과 한국에 대한 어떠한 공격에도 미국은 모든 방어능력을 총동원해 방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가 "국제사회가 당면 과제를 논의하고, 강고한 일·미 관계를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북한에 대한 압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경 발언을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원론적 발언으로 일관한 것이다.
또한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했던 '북한 규탄' 표현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의해 결국 성명에서 빠졌다. 아예 북한이란 단어조차 집어넣지 못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은 북한 문제 등에 어떻게 합의해야 할지 모르거나,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사진 유엔본부 제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사진 유엔본부 제공]

CNN은 "북핵 문제 대응에서 별로 쓸 카드가 없는 만큼 대북 발언 수위만 높인다고 될 일이 아니란 점을 이번 ICBM 발사를 통해 깨달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ICBM시험발사 성공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 강력한 제재를 담으려는 논의를 시작하는 만큼 이에 소극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 자극적 발언을 자제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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