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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과격 시위대 차량에 불 … 멜라니아 영빈관서 못 나오기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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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호 04면

G20 반대 시위 격렬

7일(현지시간) G20 반대 시위대가 돌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G20 반대 시위대가 돌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반대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다. 7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G20 정상 부부들이 참석한 행사가 치러지는 시간 시내 곳곳에서 복면을 한 일부 시위대는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시위를 했다고 독일 dpa통신이 보도했다.

좌파 정당 지지자 등 2만 명 몰려 #트럼프 우회로 통해 회담장 가기도

이날 모인 시위대의 규모는 경찰 추산 2만여 명. 좌파 정당 지지자와 자본주의 비판 단체, 그리고 다양한 조직 활동가들이 뒤섞여있다. 당초 독일 당국은 8일까지 최다 10만 명이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고 이 중 과격 시위대는 8000명가량 될 것으로 보고 함부르크에 경찰 2만 명을 배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G20 반대 시위대는 7일 정오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함부르크에 도착한 때부터 시내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이후 일부 과격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면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거나 화염병을 던졌다. 7일 오후 집계된 경찰 부상자는 200여 명에 달했다. 시위대가 행사장 곳곳을 막아서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가 숙소인 함부르크 시정부 영빈관에서 나오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우회로를 이용해 정상회담 장소에 도착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시위대를 통제하기 위한 경찰들의 구간 교통 통제와 체증 때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 15분가량 늦었다.

이 같은 시위의 배경은 다양하게 분석되고 있지만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내외신들은 보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시위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보도했다. 이들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구촌의 부조리 해결을 위한 재정 지원을 중단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 탈퇴 선언을 한 데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시리아 내전 개입,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부패 추문 등도 시위를 촉발한 요인으로 꼽힌다.

2008년 출범한 G20 정상회의는 매번 ‘부자 나라들의 사교클럽’이라는 비난과 함께 국제적 시위대를 동반하곤 했다. 국제법적 구속력은 없는 모임이지만 세계 국내총생산(GDP) 총합의 80%, 교역의 75%, 인구 3분의 2를 점하는 국가들의 정상과 행정 수반이 함께하는 회의다 보니 영향력이 크다. 캐나다 토론토대 줄리아 쿨리크 교수는 “20∼21명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결정을 한다는 게 많은 이에게 썩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는 비폭력 시위를 이어 갔지만 ‘웰컴 투 헬(Welcome to Hell)’이라는 이름까지 붙인 거리시위대의 불법 행위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길가에 있던 자전거 등을 땔감 삼아 불을 붙여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불법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시위로 어수선해진 틈을 타 일부 마트와 약국 등이 약탈당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결국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직접 나서서 “폭력시위들이 생명을 위협한다.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7일 현재까지 폭력시위로 수감된 시위자는 100여 명에 달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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