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셔틀외교 중단 6년 만에 복원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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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년 가까이 멈춰 있던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복원하기로 7일 합의했다.

함부르크 G20서 첫 양자회담 #아베 “일본 조기 방문해 달라” 요청 #문 대통령 “평창 올림픽 때 방한을” #위안부 합의 문제는 여전히 평행선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두 정상은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 간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며 이처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아베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회담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만찬회동을 했지만 양자회담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자 정상회담에 이어 약 12시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약 40분 동안 회담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친구”라면서 “과거 역사적 상처를 잘 관리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성숙한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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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역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인 한국과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정상 차원의 긴밀한 소통을 토대로 함께 협력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이어 양 정상은 상호 방문 및 초청 의사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일본을 조기에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 와 달라”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때도 시 주석을 평창 겨울올림픽에 초청했다.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이 모두 초청에 응할 경우 3국 정상이 한국에서 만나는 빅 이벤트가 성사될 수 있다.

한·일 정상의 양자방문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방한한 것이 마지막이다.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2012년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이후 셔틀 외교는 멈췄다. 2015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를 계기로 아베 총리가 방한해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을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일·중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를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올해 3국 정상회의의 의장국은 일본으로,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12·28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선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의 이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더 가깝지 못하게 가로막는 무엇이 있다”며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가로막는 무엇’이라고 언급한 것은 일본 측의 ‘감성적 조치’ 등 위안부 합의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이라는 해석이 외교가에선 나온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 파기나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위안부 합의 문제)가 한·일 양국의 다른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양국은 교역 투자의 재활성화, 청소년 교류 및 관광 교류 확대 등 실질 협력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갈등 사안인 위안부 문제와 그 외 분야에서의 협력을 분리해 다루는 이른바 ‘투 트랙 접근’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 여건 조성을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남북대화 복원 필요성도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이해’를 표명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서울=유지혜 기자, 함부르크=강태화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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