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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트럼프 인내 고갈됐다” … 백악관 ‘4 No’ 정책 바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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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4일 백악관에서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군인 가족 초청행사를 주관 했다. 이 자리에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4일 백악관에서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군인 가족 초청행사를 주관 했다. 이 자리에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UPI=연합뉴스]

4일 오후(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발사로부터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북한이 ICBM을 발사했음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정권 교체, 38선 이북 침공 없다’ #트럼프, 기존 대북기조 변화 가능성 #틸러슨은 북 ICBM 발사 공식 인정 #“북한 정권 교체로 틀 수도” 전망 #군사행동은 리스크 커 힘들 듯

틸러슨 장관은 “ICBM 발사는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 지역 및 전 세계에 대한 위협을 새롭게 고조시키는 것”이라며 “글로벌한 위협을 중단시키기 위해선 글로벌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경제적 또는 군사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완전하게 이행하지 않는 국가는 (북한이란) 위험한 정권을 돕는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안보리에 회부해 북한의 책임을 묻는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ICBM의 미 본토 본격 겨냥이란 ‘설마했던’ 상황이 현실로 닥치자 미국 내 충격은 대단했다. 7월 4일이 미국 최대 휴일인 독립기념일임에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국방부·국무부·중앙정보국(CIA) 담당자들이 대거 출근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북한은 2006년 미 독립기념일에 대포동미사일과 스커드미사일 6발, 2009년에 7발을 쐈다. 당시 미국이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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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힐(전 주한대사)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금 남아 있던 인내가 고갈됐다”고 말했다. ICBM 시험발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본지의 긴급 설문에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힐 전 차관보처럼 “7월 4일을 기점으로 한계점을 지났다”고 진단했다. 심리적·현실적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향후 관건은 그동안 트럼프 정부가 내걸었던 4대 대북정책 기조, 즉 ▶북한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 ▶정권 붕괴 ▶통일 가속화(흡수통일) ▶38선 이북으로의 침공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4No’에 변화가 올 것인가다.

랜드연구소의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북한 정권 교체 쪽으로 틀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중국에 의존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북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이 명백해졌다”고 하면서다.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존 커비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ICBM 발사가 사실이라면 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책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한반도담당 선임연구원은 “트럼프는 앞으로 북한 도발에 대응하라는 강력한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은 국제적 공감대와는 동떨어진 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상황이 긴박해졌다고 해서 군사행동을 택하기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도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했다. “군사옵션을 택할 경우 파괴적인 결과가 예상되고, 미국의 이해에도 어긋난다”(미국진보센터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는 것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중국에 대북 외교 압박을 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아마 이게 (중국에 대한) 최후통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당장 꺼내들 수 있는 중국 압박, 대북 독자제재 카드로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해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또 이미 미국이 중국 기업 10여 곳에 대한 금융제재를 검토 중이란 얘기도 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위터에 “중국과 북한 간 무역이 지난 1분기에 40%나 증가했다. 우리(미국)와 함께 일하는 것치곤 참 많다”며 중국에 대북제재 강화를 압박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제재 논의할 안보리 긴급회의=유엔 안보리는 5일 오후(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 ICBM 시험발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추가 제재는 ▶대북 원유공급 제한 ▶북한 노동자의 해외 채용 금지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박탈 또는 정지 등이다. 모두 중·러의 협조가 절대적인 사안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워싱턴·뉴욕=김현기·심재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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