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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조 붓고 21.4조 더" 삼성전자, 3D 낸드에 공격적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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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6000억원을 들인 평택 라인에 14조4000억원, 화성 라인에 6조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반도체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제 막 가동에 들어간 경기도 평택 반도체 공장에 비슷한 규모를 증설하고 중국 시안(西安)의 반도체 공장도 확대할 계획이다.

평택 삼성반도체 생산라인 본격 가동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의 경기도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이 착공 2년여만에 4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이날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권오현 부회장,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품 출하식을 갖고 최첨단 3차원 V낸드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2014년 10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사진 공사 전(왼쪽)과 가동 후 모습. [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평택 삼성반도체 생산라인 본격 가동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의 경기도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이 착공 2년여만에 4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이날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권오현 부회장,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품 출하식을 갖고 최첨단 3차원 V낸드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2014년 10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사진 공사 전(왼쪽)과 가동 후 모습. [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이런 투자계획은 4일 평택 반도체 라인의 제품 출하식에 맞춰 발표됐다. 2015년 5월 착공한 이 공장은 2년2개월 만에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단일 라인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공장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많이 쓰이는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만든다.

4일 평택 제품 출하식 맞춰 투자 계획 발표 #15조6000억 들인 평택에 14조4000억 추가 #화성서도 6조원 들여 최첨단 EUV 생산 시작 #"생산 유발효과 163조원, 고용 유발 44만명" #추가 증설 계획 대부분 3D 낸드에 초점 맞춰 #"폭발적 수요, 독보적 기술서 나온 자신감" #

 이날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에 2021년까지 14조4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낸드플래시 라인을 늘린다. 또 화성 공장에 6조원을 들여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한 신규 반도체 라인을 확보하기로 했다. 충남 아산에 들어설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용 인프라 투자(1조원)를 합치면 모두 21조4000억원을 부품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이승백 홍보총괄팀장은 “평택 라인에 이미 투입된 15조6000억원의 투자를 합치면 37조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라며 “2021년까지 생산 유발효과는 163조원, 직간접적 고용 유발효과는 44만 명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2014년 완공된 중국 시안의 반도체 라인도 현재 100% 가동 중”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시안의 생산 라인도 증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시안의 제2라인 투자 규모도 1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택 반도체 공장과 밀접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사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과 밀접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사진 삼성전자]

 공격적인 투자계획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삼성전자의 자신감에서 나온다. 특히 3차원(3D) 낸드플래시에 대한 탄탄한 시장 수요, 이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벌려 놓은 기술 격차가 배경이다.

 추가 증설계획을 대부분 3D 낸드플래시에 초점을 맞춘 것만 봐도 삼성전자가 3D 낸드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엿볼 수 있다. 저장 단위인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3D 낸드는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기록적 실적을 이끈 효자상품이다. 기존의 평면 낸드와 비교하면 부피 대비 저장용량이나 성능, 생산 원가 등이 모두 앞선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라인에서 생산하는 4세대(64단) 3D V낸드 칩과 이를 기반으로 한 메모리 제품.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라인에서 생산하는 4세대(64단) 3D V낸드 칩과 이를 기반으로 한 메모리 제품. [사진 삼성전자]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수직으로 쌓아 올리니 한 웨이퍼(반도체의 원재료가 되는 실리콘 기판)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칩이 훨씬 많고 그만큼 생산 원가가 절감된다”며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른 데다 소모전력이나 발열현상이 적기 때문에 평면 낸드보다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량·고성능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이미 3D 낸드가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나 고성능 PC·스마트폰의 저장장치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가트너는 지난해 전체 낸드 시장의 18.8%에 불과했던 3D 낸드가 내년엔 66.2%까지 비중을 확대할 걸로 내다봤다.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자율주행 서비스가 확대되면 3D 낸드 수요는 한 번 더 크게 뛸 전망이다.

평택 반도체 공장과 밀접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사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과 밀접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사진 삼성전자]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최근엔 낸드플래시 공급이 너무 달려 ‘평면 낸드건 3D 낸드건 팔기만 해 달라’는 게 시장의 분위기일 정도”라며 “평면 낸드로는 고용량 제품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갈수록 3D 낸드가 입지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수요는 급증하는 데 만들 만한 회사는 없다. 3D 낸드 생산 기술을 확보한 곳은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시바 정도다. 그마저 도시바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어 투자를 벌일 여력이 안 된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3D 낸드 기술이 하이닉스와도 격차가 꽤 벌어지기 때문에 향후 3~5년 안엔 쫓아올 곳이 없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라며 “도시바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같은 경쟁사가 설비 투자에 나설 재무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의 이번 투자 결정에 위험 부담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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