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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내부 현무암 절벽 ‘주상절리’ 비경이 눈 앞에…임진강 ‘황포돛배’ 타고 돌아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진강의 숨겨진 비경과 무장공비 김신조 침투로 등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곳들을 관람할 수 있는 임진강의 유일한 뱃길 관광이 지난 1일 다시 시작됐다. 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임진강. 두지리 선착장에는 12.3m 높이의 누런 빛 돛을 단 ‘황포돛배’가 정박해 있다. 두지리는 땅 모양이 ‘뒤주’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1일 임진강에서 운항을 재개한 황포돛배. [사진 파주시]

지난 1일 임진강에서 운항을 재개한 황포돛배. [사진 파주시]

누런색 목재로 전체가 만들어진 돛배는 조선 시대에 와 있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다. 배 이름은 누런빛 돛(황포)을 달았다고 붙여진 것이다. 황포돛배는 조선 시대에 상품 운반선이었다. 6.26 전쟁 이전까지 한강을 왕래하며 새우젓·소금·생선 등을 옮겼다고 한다. 한강과 임진강의 역사를 간직한 대표적 상징물로 서울 월드컵경기장 디자인에도 녹아들었다.

지난 1일 임진강에서 운항을 재개한 황포돛배. [사진 파주시]

지난 1일 임진강에서 운항을 재개한 황포돛배. [사진 파주시]

조선 시대와 달리 배는 노를 젓는 대신 동력을 이용해 달리기 시작했다. 최대 47명을 태울 수 있는 무게 6.5t의 황포돛배가 시동을 걸고 달리기 시작했다. 배 난간에는 목제 울타리만 설치됐을 뿐 창문이 없었다. 평균 8노트(시속 14.8㎞) 속도로 천천히 배가 달리자 산들거리는 강바람이 배 안으로 그대로 들어와 시원했다. 폭 150m 정도의 강은 바다를 연상케 할 정도로 광활했다. 배 안엔 구명조끼 60여 개가 갖춰져 있고, 소화기도 2개가 마련돼 있었다.

지난 1일 임진강에서 운항을 재개한 황포돛배. 양찬모 선장이 배를 설명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1일 임진강에서 운항을 재개한 황포돛배. 양찬모 선장이 배를 설명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잠시 후 강가엔 거북이가 앞발을 내보이며 강 안쪽을 바라보고 엎드려 있는 모양의 ‘거북바위’가 보였다. 조금 더 가자 임진강 남단에 ‘임진강 적벽’과 북단에 ‘원당리 적벽’이 잇따라 나타났다. 선장 양찬모(56)씨는 마이크를 들고 “파주 지역 대표적인 관광지로 임진강 8경 가운데 하나인 60만년 전 형성된 주상절리 적벽”이라며 “조선 시대 화가 겸재 정선이 ‘임진적벽’ 작품을 남겼을 정도로 예부터 절경지로 꼽히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일 임진강에서 운항을 재개한 황포돛배. 두지리 선착장에 정박한 모습. 전익진 기자

지난 1일 임진강에서 운항을 재개한 황포돛배.두지리선착장에 정박한 모습.전익진 기자

이곳은 분단 이후 민통선 내로 포함돼 50여 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이후 2004년 이후 민간인 출입이 가능해졌지만 인근 지역이 현재도 민통선 지역인 데다 배를 타고 들어오지 않으면 가까이서 절경은 감상할 수 없다고 안내했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흘러내린 현무암 지대에 임진강이 흐르면서 침식현상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형태의 수직절벽이다. 햇빛을 받으면 절벽 전체가 붉은 빛을 띤다고 해  ‘적벽’이라고 불린다. 예부터 배를 띄우고 경치를 감상하며 풍류를 즐기던 뱃놀이 명소였다고 한다.

황포돛배 임진강 운항 노선도. [사진 파주시]

황포돛배 임진강 운항 노선도. [사진 파주시]

이어 전서체의 1인자로 꼽히는 미수 허목의 친필인 ‘괘암’을 새긴 바위를 나타났다. 인근엔 고구려 시대에 만들어진 호로고루성의 성곽과 고랑포가 잇따라 보였다. 고구려가 축조한 호로고루성은 고구려의 생활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했다. 호로고루성이 지어진 6세기 중엽 이후 임진강은 200여 년간 고구려와 신라의 국경하천 역할을 했다.

임진강 숨은 비경 보는 ‘황포돛배’ 1일 운항재개 #60만년 전 형성된 주상절리 가까이서 보니 '예술' # #국방부 땅 사용문제로 운항 중단 후 2년7개월만 #감악산 출렁다리, 산머루 농원 등 연계 관광 가능

고랑포는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 화신백화점이 들어설 정도로 상업의 중심지였던곳이다. 고랑포 여울목은 수심이 얕아 1968년 1.21사태 당시 북한 김신조 일당의 남한 침투에 이용됐던 곳이다. 여울목에서 3㎞ 정도만 북으로 가면 북녘땅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화신백화점이 들어설 정도로 번성했던 고랑포 일대 모습. [사진 파주시]

일제강점기 당시 화신백화점이 들어설 정도로 번성했던 고랑포 일대 모습. [사진 파주시]

배는 고랑포까지 3㎞ 구간을 달린 뒤 두지리 선착장으로 되돌아 왔다. 돛배는 돌아오는 길에 이미자의 노래 ‘황포돛배’를 틀어 흥취를 더해 줬다. 전체 6㎞ 구간을 왕복하는데 45분이 걸렸다. 현재 한 척이 하루 7차례 다닌다. 관광객이 많으면 내년부터 두 척을 운영할 예정이다. 황포돛배는 지난 1일부터 2년 7개월 만에 운항을 재개했다. 파주시는 운항 재개를 위해 국방부 소유 두지리 토지 6030㎡를 8억원에 매입한 뒤 주차장 등 필요한 시설을 정비했다.

안승면 파주시 공보팀장은 “황포돛배 주변에는 감악산 관광명물 ‘출렁다리’와 두지리 매운탕 마을, 산머루 농원, 적성 한우마을 등 관광지가 즐비해 다양한 연계 관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포돛배 요금은 성인 9000원, 30명 이상 단체관광객은 8000원, 초등생·장애인·국가유공자·군인은 7000원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문의 전화는 DMZ관광(031-958-2557).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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