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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경제팀 완성 … 관료·어공·정치인 불안한 동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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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내각과 청와대 수석급 이상 참모진의 인선을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백운규(53) 한양대 제3공과대학 학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박능후(61)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각각 지명했다. 장관급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거쳐야하는 방송통신위원장에는 이효성(66)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 금융위원장에는 최종구(60) 한국수출입은행장이 각각 지명됐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에는 반장식(61) 전 기획예산처 차관을, 경제수석에는 홍장표(57)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이로써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중소벤처기업부 를 제외하고 문재인 정부 초기 내각을 이끌어갈 17명의 장관 및 후보자와 청와대 수석급(차관급) 12명이 모두 채워졌다.

중소기업 장관 뺀 각료 17명 뽑아 #일자리수석 반장식, 경제엔 홍장표 #교수 출신 경제 분야 ‘개국공신’ #핵심 분야 소수 관료 주변 둘러싸 #협치 따라 시너지·불협화음 갈림길

핵심 포스트를 차지한 소수 경제관료들을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다. 경제관료와 교수 출신의 협치 여부에 따라 시너지가 날 수도,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경제팀의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다. 경제 수장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금융 정책을 총괄 관리하는 금융위원장, 부처 간 정책 조정 역할을 맡는 국무조정실장은 전통적으로 경제관료의 몫이다. 일자리수석 역시 과거 정부의 청와대 경제수석의 역할을 나눠 하는 것이라 경제관료 자리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경제 분야 핵심 포스트는 대부분 ‘늘공’(늘 공무원)들에게 돌아갔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게 끝이다. 관료들의 주변에는 ‘실세 어공’과 정치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다른 한편에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정치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건 역시 두 번째 부류인 어공들이다. 이전 정부와 달리 이들은 어쩌다 우연히 발탁된 경우가 아니다. 모두 교수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경제 분야의 ‘개국공신’으로 볼 수 있다. 3일 임명된 홍장표 수석은 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주창자다. 2014년 발표한 논문 ‘한국의 기능적 소득분배와 경제성장’ 등을 통해 “실질임금이 증가하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고, 노동생산성이 증가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경제보좌관도 문재인 정부의 성장담론인 ‘국민성장론’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했다. 직위 고하를 떠나 실질적인 발언권은 관료들보다 이들 어공이 더 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어공의 기획력과 관료의 추진력이 조화를 이룬다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김 부총리도 기회 있을 때마다 “청와대나 위원회에 계신 분들을 만나 보니 소통이 잘됐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이나 증세 등 측면에서 의견이 엇갈릴 경우 불협화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열린 김 부총리의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위원들은 “청와대 실세들에게 부총리가 휘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새 경제팀은 정부와 청와대의 뜻이 어긋나면 부총리가 힘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만큼 양자 간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느냐가 숙제”라고 말했다.

‘탈원전’ 에너지 정책 소신

백운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
백운규(53) 후보자는 신재생 에너지 전문가다.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8년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성이 뛰어난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대선 기간 중 문재인 대선후보 경선캠프에 합류해 에너지 관련 공약을 만드는 데 관여했다. 앞으로 원전과 석탄의 비중을 줄이고, 점진적으로 청정 에너지인 가스와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향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탈(脫)원전’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전환’ 쪽으로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경남 마산 ▶진해고·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제3공과대학 학장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전문위원

금융위기 때 시장 안정 성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
최종구(60) 후보자는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장관의 명맥을 잇는 대표적인 ‘국제금융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을 맡아 강력한 시장 개입을 통해 외환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등 성과를 냈다. 서울보증 사장 재직 시절엔 중금리 대출인 ‘사잇돌 대출’을 출시했으며, 수출입은행장 재직 당시 난제였던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산업은행과 호흡을 맞췄다. 전문성과 리더십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원 강릉 ▶강릉고·고려대 무역학과 ▶행시 25회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한국수출입은행장

조대엽 등과 ‘심천회’ 활동

박능후 복지부 장관 후보자
박능후(61) 후보자는 기초생활보장, 사회보장 5개년 계획 수립, 국민연금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보건복지 정책을 연구한 정통 사회복지학자다. 다만 행정 경험이 거의 없어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덩치 큰 예산을 얼마나 잘 조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 서훈 국정원장 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싱크탱크인 심천회(心天會) 멤버다. 그의 부친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등학교 시절 은사였던 인연도 있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 ‘바른생활맨’.

▶경남 함안 ▶부산고·서울대 경제학과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사회보장학회 회장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장

언론 시민단체서 오랜 활동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
이효성(66) 후보자는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언론학자다. 1990년대 들어 국내에서 확산된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연구와 언론·미디어운동에 깊이 관여했다. 진보 성향의 언론 감시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1998~2000)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 및 정책실장(1998~2003) 등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2006년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신인 방송위원회 2기 부위원장을 역임하며 지상파 DMB·위성 DMB 등을 도입했다. 방송위 출신이 방통위원장에 오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북 익산 ▶남성고·서울대 지질학과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세종=박진석·하남현·이승호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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