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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도시바 인수 SK하이닉스, 지분 받기로 했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한ㆍ미ㆍ일 연합 컨소시엄을 통해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K하이닉스가 투자 금액을 지분으로 전환할 권리를 보장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단순 융자 제공자로, 지분을 확보하게 되진 않을 것이라던 도시바 이사회의 발표(6월 22일)가 뒤집힌 것이다.

"하이닉스는 돈만 댄다"던 도시바 발표 뒤집어 #"장기적으로 지분 전환 받기로 하고 돈 댄 것" #SK관계자 "일본 정부 우려로 발표서 빠져" 인정 #일본 여론, 웨스턴디지털 몽니가 매각 협상 관건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사업 전체를 사들이는 이번 거래에서 한·미·일 연합은 약 2조 엔(20조원)의 입찰가를 써냈다. 미국의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손잡은 한ㆍ미 연합이 인수가의 34%를,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 등 정부계 펀드가 66%를 부담하는 조건이다. 이 중 SK하이닉스가 마련하기로 한 돈이 3000억~5000억 엔(3조~5조원)이다.

 논란은 SK하이닉스가 대는 돈에 지분이 따라붙느냐 아니냐다. 도시바 이사회 측은 22일 우선협상 대상자를 발표하며 베인캐피털과 일본계 투자자들만 언급하고 SK하이닉스의 이름은 제외했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최고경영자(CEO)는 23일 기자회견에서 “SK하이닉스는 의결권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기술 유출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당시 반도체 업계는 “주요국에서의 독과점 논란을 피하고,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여론도 잠재울 수 있는 신의 한 수”라며 “SK하이닉스로서도 경쟁사에 도시바를 뺏기는 걸 막아 실리를 취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향후 지분 전환을 전제로 투자를 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SK그룹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국민 여론을 조심스러워 해 처음부터 지분을 확보하지 않고 차츰 지분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이라며 사실상 지분 전환권을 인정했다. 투자금을 감안하면 SK하이닉스가 최종 확보하게 될 지분은 15~25% 수준이 될 걸로 보인다. 이 정도 지분으로 결정적 권한을 행사하긴 어렵지만 일본 내 여론이 비판적으로 흘러갈 경우 최종 협상이 난관에 빠질 우려도 있다.

 도시바와 합작회사를 설립한 미국의 반도체 회사 웨스턴디지털의 ‘몽니’도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달 “도시바가 우리의 동의 없이 회사를 팔지 못하게 해달라”며 국제 중재재판소와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직후엔 “SK하이닉스가 컨소시엄에 참여하면 기술 유출의 가능성이 커진다”며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하이닉스의 지분 취득 계획을 미국 언론에 알린 건 이 거래에 불만을 품은 미국 반도체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며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배경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큰 틀에선 이번 보도로 매각 협상이 엎어지진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SK하이닉스가 손을 떼면 적극적으로 나설 곳은 중국·대만의 반도체 업체인데 일본 국민들도 ‘중국만은 안된다’는 여론”이라며 “한국은 이미 일본보다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앞서 있는만큼 크게 안타까워하지 않는 분위기”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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