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족과 지내는 ‘트리티룸’ 해외정상에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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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만찬 뒤 악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만찬 뒤 악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첫 만남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탄 승용차가 이날 오후 6시 백악관 남쪽 현관인 사우스 포티코 앞에 도착하자 도열해 있던 백악관 의장대는 깃발을 높이 들고 받들어총 자세를 취했다. 공식 실무방문인 문 대통령에게 국빈급 대우를 한 것이다.

백악관, 메인 메뉴로 ‘비빔밥’ 준비 #예정보다 35분 넘겨 2시간 만찬 #트럼프 “문 대통령 당선 예상했다” #대통령 “나도 가짜뉴스 때문에 고생”

문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자 미리 기다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웰컴(welcome·환영합니다)”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당초 예정된 시간을 35분 초과해 2시간5분간 백악관 공식 환영만찬을 진행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음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방국으로서는 유일하게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라며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식시킨 나라 역시 미국이고, 한국의 성공은 미국의 보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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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날 문 대통령이 방미 첫 일정으로 장진호(湖) 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한 뒤 연설한 걸 거론하며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인 연설이었다. 연설에 대한 칭송의 얘기를 여기저기에서 들었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면서 “우리는 문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을 모두 존경한다. 문 대통령의 (대선에서의) 굉장히 멋진 승리(great victory)에 대해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예상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예상했다. 승리할 줄 알았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나도 대선 때 가짜뉴스 때문에 고생했다”는 말로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지속적으로 미국 언론과 불화를 겪고 있으며, 자신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언론 보도를 겨냥해 ‘가짜뉴스’라 비난해왔다.

만찬 행사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사적인 공간을 한번 둘러보지 않겠느냐”고 깜짝 제안을 했다. 만찬을 마친 뒤 문 대통령 부부를 환송하기 위한 엘리베이터 1층 안에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게 이 공간을 소개한 것은 처음이다.

백악관 내 트리티 룸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백악관 개인 집무실인 트리티 룸을 &#39;깜짝 공개&#39;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외국 정상에게 이 공간을 소개한 것은 처음이다. 트리티 룸은 미국 대통령의 사적인 공간으로, 백악관 3층에 있다. 사진은 트리티 룸의 예전 모습. 2017.6.30 [위키피디아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백악관 내 트리티 룸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백악관 개인 집무실인 트리티 룸을 '깜짝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외국 정상에게 이 공간을 소개한 것은 처음이다. 트리티 룸은 미국 대통령의 사적인 공간으로, 백악관 3층에 있다. 사진은 트리티 룸의 예전 모습. 2017.6.30 [위키피디아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에 문 대통령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3층으로 올라가 백악관 내 대통령 가족의 거주공간인 ‘트리티룸(Treaty Room)’을 둘러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손짓을 해가며 “이쪽 복도에서 저기 끝까지가 나의 사적인 공간”이라며 “외부인에게는 잘 공개하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리티룸은 (1803년) 미국이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사들일 때 계약을 체결했던 곳”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3층의 동쪽 끝에 있는 ‘링컨룸’도 문 대통령에게 공개했다.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이 사용한 침대와 책상이 있는 방으로 백악관에 오는 귀빈의 침실로 이용되기도 한다. 백악관은 만찬 메인메뉴로 겨자를 발라 구운 도버 솔(Dover Sole, 생선)과 허브로 요리한 캐롤라이나산 황금미 비빔밥을 준비했다. 비빔밥은 ‘화합’의 의미다.

워싱턴=강태화 기자, 서울=허진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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