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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동호·나현철의 직격 인터뷰

가게 문 닫는 건 한순간 … 왜 대안 없이 혼란 자초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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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나현철
나현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최저임금 1만원 바라보는 홍대 앞 상인들의 걱정과 불안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어제부터 오늘까지 ‘만원파티’라고 불리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참여자는 노동당·알바노조·청년좌파평등노동자회 회원들이다. 이들은 “최저임금 1만원을 즉각 시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계를 유지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하려면 시급 1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최저임금 1만원이 뜨거운 이슈로 달아오르고 있다.공약이 실현되면 현재 최저임금은 6470원에서 2020년에는 올해보다 55% 인상된다. 이에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공약이 실현되면 영세하거나 일이 힘든 곳은 수익이 줄고 자칫 가게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측은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홍대 앞 식당과 골목 카페를 찾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되면 벌어질 일들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불고깃집 운영하는 정문석(34)씨

현실 모르는 정책이란 불만 속출 #1만원 되면 실제 1만2000원 줘야 #영세 상인은 인건비 올라 타격 #음식·상품 값 인상은 한계 있어 #3D 업종은 구인난 심해질 수 있고 #인건비 줄이면 알바조차 기회 감소 #이미 알바 1만원 주는 곳도 있어 #임대료·가맹점 갑질부터 해결해야

홍대 앞 상인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긴장하고 있었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관리비·세금 가운데 어느 하나 줄일 것이 없는데 인건비를 급격히 올리면 수익이 줄고 운영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정문석씨. [김동호 기자]

홍대 앞 상인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긴장하고 있었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관리비·세금 가운데 어느 하나 줄일 것이 없는데 인건비를 급격히 올리면 수익이 줄고 운영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정문석씨. [김동호 기자]

저녁에는 고객들이 줄을 선다고 들었다.
“불백(불고기백반) 집인데 좀 저렴한 콘셉트로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 주니 고객들이 찾고 있다.”
몇 명이 일하나.
“아르바이트(이하 알바) 포함해 15명이다. 정직원은 8명이고 알바는 7명이다. 알바는 시급 7500원인데 3개월 지나면 8000원 준다. 보통 5시간부터 많게는 10시간까지 일한다.”
임금이란 게 많이 올라도 5%인데 해마다 15.7%씩 오르면 어떤 변화가 오나.
“우선 많이 못 벌게 된다. 수익이 빠진다. 이제 개업한 지 3년 되면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점이다. 월 매출 6000만원에서 인건비로 2000만원 나간다. 1만원이 되면 1000만원이 추가로 인건비로 나간다.”
인건비가 재료비를 추월하게 된 것 아닌가.
“재료비는 아낄 수 없다. 결국 아낄 수 있는 게 인건비밖에 없다. 정부는 충격을 줄일 다른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세금을 줄여준다든지 뭔가를 해줘야지 시급만 올리면 개인사업자들은 다 죽으란 얘기다.”
다른 지출도 많을 텐데.
“우선 임대료 400만원이 나가고 재료비 2500만원,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까지 1년에 총 세 번 내는데 연간 4000만원을 낸다. 그러니 매달 350만원씩 떼놔야 한다. 정직원 8명에 대한 4대 보험도 매달 450만원씩 빠져나간다. 인건비가 오르고 재료비에다 임대료와 세금 내면 남는 게 없다. 장사가 꾸준한 것도 아니다. 가게 문 닫는 것은 한순간이다.”
투자할 부분도 있지 않나.
“노후 시설을 갈아야 한다. 오늘도 270만원 주고 에어컨을 갈았다. 냉장고도 교체해야 한다. 시설 개·보수 비용도 적지 않다(이때 마케팅 업체 직원이 카메라를 들고 가게로 찾아왔다). 가끔씩 한번 페이스북에 광고도 해줘야 한다. 안 하면 안 온다. 사진 찍고 포스팅한다. 광고비도 들어가고 하는데 이것저것 나가는 것 많다. 입소문으로는 한계가 있다. 광고 안 하면 죽는 세상이다. 이런 걸 알면 자영업은 세심하게 살려줘야 한다.”
결혼은 했나.
“1년 됐다. 앞으로 애까지 낳으면 (수입까지 줄어들어) 정말 끝난다. 최저임금 1만원을 추진하려면 정부가 뭔가 대책을 함께 세워줘야 한다.”
인건비 압박이 커지면 정직원 줄일 수도 있나.
“시급이 올라가면 정규직도 올려줘야 한다. 지금 최소 인원으로 운영하는데 주방에 5명, 홀에 3명 등 가게를 돌리려면 최소 8명이 필요하다. 한 명씩 쉬면서 돌아가니까 그렇게 된다.”
직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좋아하지 않을까.
“알바들은 많이 받으면 무조건 좋아한다. 하지만 사업자는 죽는다. 식당은 힘든 편이기 때문에 나는 최저임금(6470원)보다 1500원을 더 준다. 그런데 문제는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1만2000원을 줘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8000원 줘도 만족하면서 일하는데 편의점도 커피숍도 1만원 주면 식당은 더 줘야 하기 때문이다. 1만원만 주면 다른 곳에 더 쉬운 일자리만 찾아서 갈 것이다.”
그러면 구인난을 겪을 수도 있겠다.
“부작용도 생각해 보고 정책을 추진해야지 이렇게 혼란을 일으키는 정책을 왜 추진하는지 모르겠다. (정치인과 정부 관료가) 개인 사업을 하고 있으면 이런 정책을 몰아붙일 수 없다. 이자를 깎아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자영업자들은 대개 생각이 같을 것이다. 다 빚 내서 장사한다. 대출도 있고 개인적으로 담보대출도 있다. 솔직히 힘들다.”

아귀찜 식당 20년째 운영하는 최호석(48)씨

홍대 앞 상인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긴장하고 있었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관리비·세금 가운데 어느 하나 줄일 것이 없는데 인건비를 급격히 올리면 수익이 줄고 운영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최호석씨.  [김동호 기자]

홍대 앞 상인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긴장하고 있었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관리비·세금 가운데 어느 하나 줄일 것이 없는데 인건비를 급격히 올리면 수익이 줄고 운영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최호석씨.[김동호 기자]

요즘 장사는 잘되고 있나.
“직원을 15명에서 7명으로 확 줄였다. 영업시간도 24시간에서 20시간으로 줄였다. 옛날같이 장사가 안 되다 보니 근무시간 4시간만 줄여도 인건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나.
“최저임금이 전체 임금을 밀고 올라간다. 여기 직원도 임금을 올려줘야 할 것이다. 한 달에 210만원부터 주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3년간 55% 오르면 월급도 그대로 오르게 돼 있다. 음식값도 올라가겠지만 한계가 있다.”
‘핫 플레이스’인데 왜 장사가 잘 안 되나.
“3년 전까지만 해도 줄 서서 먹었다. 그런데 경기 탓도 있고 상권이 커지면서 임대료가 비싸지니까 사무실이 많이 떠났다. 결국 경쟁업소가 많아지고 직장인이 줄고 학생들이 많아지다 보니 오히려 고객이 떨어졌다. 유동인구가 많아져도 주로 학생이 늘어나고 저렴한 메뉴를 찾다 보니 수익을 올리기는 더 어려워졌다.”
인건비 부담이 그렇게 큰가.
“장사가 갈수록 어려워지니 사람을 줄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주차 알바도 내보내고 내가 직접 챙기고 있다. 월급만 주는 게 아니라 사업자 입장에선 4대 보험은 기본이고 퇴직금도 다 지급해야 한다. 앞으로 내가 하고 있는 중간 규모의 식당은 없어질 것 같다. 사장이 직접 조그맣게 하든지 대기업이 하는 프랜차이즈만 살아남을 것이다.”
현재 직원에 대한 부담은 얼마나 늘어날까.
“시급 1만원이면 하루에 12만원, 25일 일하면 300만원인데 4대 보험까지 합하면 350만원까지 간다. 외식업은 이직률도 높고 인건비가 고무줄이다. 그러니 1만원에서 1만1000원, 1만2000원으로 금세 가버린다. 최저임금으로 정해 놔도 금방 올라가기 때문이다. 1만원에 묶여 있는 게 아니라 끝없는 임금 상승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래도 식당에서 300만원 받으면 이직률은 낮아질 텐데.
“정직원은 아무래도 책임감이 있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파출사무소에서 일을 구하면 시간 개념으로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바로 다 빠지고 월급제로 안 있으려고 한다. 인위적인 최저임금은 정말 문제가 많다.”
소득 주도 성장은 많이 벌고 많이 쓰자는 건데.
“많이 벌어가고 사업자도 이익이 나면 좋은데 그렇게 되기 어렵다. 대학교 2년생, 고등 3년생을 공부시켜야 하는데 앞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가게를 정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내와는 ‘일당백이나 뛰자’고 농담한다. 알바 사이트 일당백을 통해 일을 구하면 시간당 1만원을 받는다. 12시간에 12만원이다. 그래도 사람을 못 구하니 12만원에 1만원을 덧붙여준다.”
외국인 직원은 어떤가.
“우리 가게도 중국동포가 절반이 넘는다. 중국동포는 정직원을 잘 안 하려고 한다. 쉬고 싶을 때 쉬고, 알바 하면 돈을 더 많이 받으니까. 외식업이 장사가 안 되면 이것만큼 힘든 것이 없다. 요즘 같으면 정말 재미가 없다. 원래 부부가 같이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부부싸움이 늘까 봐 걱정이다. 정말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이벤트·컨벤션 사업하는 조중규(44)씨

홍대 앞 상인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긴장하고 있었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관리비·세금 가운데 어느 하나 줄일 것이 없는데 인건비를 급격히 올리면 수익이 줄고 운영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조중규씨. [김동호 기자]

홍대 앞 상인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긴장하고 있었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관리비·세금 가운데 어느 하나 줄일 것이 없는데 인건비를 급격히 올리면 수익이 줄고 운영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조중규씨.[김동호 기자]

홍대 앞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이유는.
“알바를 찾는 대학생들을 찾기 쉽다. 젊은 트렌드를 볼 수 있어서도 좋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이벤트·컨벤션을 진행할 때 행사 요원을 자주 쓴다. 아침에 출근해 밤까지 늦어질 때도 있는데 하루 일당 7만원이 일반적인데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큰 행사는 200명을 쓴다. 경호팀에다 무대 세팅과 진행 스태프가 들어간다. 시급에 대한 최저임금은 보장해 줘야 하는데 1만원으로 오르면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떤 문제가 있나.
“문제는 경호·안전 인력을 줄여야 하고 결과적으로 행사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대로 유지하려면 비용이 크게 올라가는데 주최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알바 가운데는 돈보다 경험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기회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있다.”
결국 알바 자리도 구하기 힘들게 되는 건가.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적자는 안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알바로 최저 생계 이어가는 김문주(28)씨

김문주씨는 알바로 살아가는 취업준비생이다. 서울 청파동에서 하숙하며 건축 관련 학원에 다닌다. 대학 땐 통계학을 공부했다.

전공 관련 직장을 다니진 않았나.
"4년간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에 다녔지만 평생 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만두고 1년 정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경쟁이 극심했고 비용도 적지 않게 들었다. A급 강사 학원비가 과목당 25만원, 네 과목만 들어도 100만원이 들었다. 생활비까지 150만원을 알바로 해결해야 했는데 그러면 공부할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접었다. 하지만 다시 취업하려 하니 나이가 걸렸다. 그나마 취업 문턱이 낮다는 건축으로 방향을 돌렸다. 종일반인 학원비는 국비 지원을 받고 있다.”
지금 생활비는 얼마인가.
"월 80만원이다. 방세가 35만원이고 25만원으로 밥과 옷을 해결한다. 하루 1만원이 안 된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저녁만 먹는데 대부분 편의점에서 해결한다. 가게에서 옷을 산 지는 4년 됐다. 간혹 길거리에서 티셔츠를 사곤 한다. 나머지 20만원은 원서접수비와 교통비 등 잡비다. 간혹 돈이 없으면 신촌 학원에서 청파동까지 50분을 걸어다닌다.”
알바로 다 충당하나.
"그렇다. 평일 학원을 다니느라 알바는 주말에만 한다. 피자가게에서 빵을 굽는데 최저임금을 받는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알바 중에선 가장 조건이 좋다. 대학 때부터 음식점 서빙, 학내 알바, 학원 강사 등 닥치는 대로 했는데 돈을 떼먹히기도 했다. 지금 피자집에선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 12시간을 근무한다. 사장님이 점심과 휴식시간, 야근수당을 제대로 챙겨준다. 하루 일하면 10만원쯤, 한 달이면 80만원을 받는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뭘 하고 싶나.
"좀 쉬고 싶다. 주중, 주말 쉴 틈이 없어 사는 게 너무 피곤하다. 갑자기 올리면 사장님들도 힘들겠지만 3년간 천천히 올리면 적응이 가능할 것 같다.”
정부에 바라는 건.
"정규직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부모님께 눈치가 보이고 초조해진다. 알바도 20대 초중반이 많아 구하기 점점 어렵다. 속상하지만 이 기간이 길지 않을 거라는 희망으로 버틴다.”

1만원 시급 주는 도승환(33)씨

홍대 앞 상인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긴장하고 있었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관리비·세금 가운데 어느 하나 줄일 것이 없는데 인건비를 급격히 올리면 수익이 줄고 운영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도승환씨. [신인섭 기자]

홍대 앞 상인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긴장하고 있었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관리비·세금 가운데 어느 하나 줄일 것이 없는데 인건비를 급격히 올리면 수익이 줄고 운영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도승환씨. [신인섭 기자]

가게가 작다. 언제 개업했나.
”13평, 테이블 6개다. 5월부터 영업했다.“
알바생 시급을 1만원 주는 가게로 소문났다. 몇 명을 쓰나.
"아직 시작 단계라 평일 한 명, 주말 한 명씩 각각 쓴다.”
정말 1만원을 주나.
"그렇다. 평일 오후 6~11시 근무를 시키고 5만원을 준다.”
알바생은 무엇을 하나.
"단순 서빙만 하는 게 아니다. 문을 연 초기라 가게를 홍보하고 손님을 데려오는 역할까지 한다. 손님이 없을 땐 호객도 한다.”
시급 1만원을 주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7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온갖 알바를 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월세·교통비·식비를 대기도 빠듯하더라. 간혹 사업이 안 된다며 월급을 늦게 주는 사장도 있었다. ‘알바들에게 약간의 여유만 주면 인생이 달라질 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무조건 최저임금을 주는 대신 조금 더 주고 열심히 일하게 하는 게 낫다.”

울산에서 태어나 영남대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한 도 사장은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건강관리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여러 일을 하다 우연히 지금의 가게를 운영하던 선배를 만났다.

창업할 돈은 있었나.
“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권리금 5000만원을 1년간 분할상환하기로 했다. 초기투자는 보증금 2000만원과 시설 개선이 약간이다.”
수지는 맞추고 있나.
“아직 적자다. 지금은 가게 홍보에 역점을 두고 있다.”
장사를 해보니 뭐가 가장 어려운가.
“임대료가 부담이다. 반지하 작은 가게인데 월세를 250만원이나 낸다. 홍대 상권이 확장되면서 조용한 주택가이던 곳이 음식점 골목이 돼 크게 올랐다. 알바비는 기껏해야 한 달에 150만원이다.”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자고 하는데.
“원칙적으로 찬성이다. 최저소득이 보장되면 맛있는 거 한두 끼는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을 거고,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길거리 경기도 살아날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한계선상에 있는 자영업자도 분명히 있다. 갑작스레 올리면 충격을 받을 것이다.”
알바비 1만원 주는 걸 후회하진 않나.
“아니다. 직원이 열심히 일해 가게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저임금보다 비싼 임대료가 문제다.”
정부에 바라는 건.
“현실적으로 초기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박근혜식 창조경제는 극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었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가계 홍보가 큰 문제다. 이런 데 도움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카페 사장 꿈꾸는 알바생 김민오(24)씨

홍대 앞 상인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긴장하고 있었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관리비·세금 가운데 어느 하나 줄일 것이 없는데 인건비를 급격히 올리면 수익이 줄고 운영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민오씨. [김동호 기자]

홍대 앞 상인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긴장하고 있었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관리비·세금 가운데 어느 하나 줄일 것이 없는데 인건비를 급격히 올리면 수익이 줄고 운영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김민오씨.[김동호 기자]

얼마를 받고 있나.
“처음 7000원에서 시작해 3개월 지나 8000원을 받고 있다. 더 성실하게 하면 9000원까지 준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은 1만원이 시기상조라는 느낌이다. 나중에 카페 운영도 생각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너무 오르면 직원을 뽑고 말지, 내가 사업을 해도 알바를 둘 것 같지 않다. 시간제부터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뭐라고 얘기하나.
“많이 주면 당연히 좋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알바를 해보니 카페 사장 입장을 알 것 같다. 1만원으로 오르면 카페 사장은 알바를 포함해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생들도 알바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알바는 시간 날 때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하는 건데 앞으론 기회가 줄어들 것 같다.”
지금 일하는 카페는 어떻게 될 것 같나.
“알바는 최소화하고 정직원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알바를 약간 여유 있게 쓰는 편인데 보통 서너 시간 일한다. 결국 점장에게 일을 더 많이 시키고 알바를 줄이게 될 것이다. 전에 다른 카페에서 일했는데 하루 매출이 10만원도 안 되는 날도 있었다. 내가 받는 돈보다 가게 매출이 적기도 했는데 결국 망했다.”
사업주가 많이 가져가고 근로자는 너무 조금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
“스타벅스나 대형 프랜차이즈는 굉장히 소득이 많이 날 수 있지만 동네 일반 커피숍은 남는 게 거의 없다. 창업을 꿈꾸기 때문에 알바를 하면서 가게의 노하우, 손님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바닥에선 전문가가 되는 게 중요하다. 바리스타는 학원에서 돈 주고 배우는 건데 알바를 하면 고객들이랑 숨 쉬면서 배운다.”
알바도 보수가 천차만별이라고 들었다.
“절실히 돈이 필요할 경우 힘든 일 하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휴대전화 케이스 가게처럼 단순한 일 하는 곳에서 알바비가 짜다. 결국 알바비가 오르면 3D 업종의 인력난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이 힘든 곳일수록 1만5000원, 2만원을 줘야 할 것이다.”

프랜차이즈 갑질 시달리는 박주영(30)씨

어떤 사업을 하나.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매장이다.”
알바생을 쓰고 있나.
“아침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쓴다.”
시급은 제대로 주나.
“최저임금을 주는데 원래 줘야 할 주휴수당은 못 주고 있다. 알바생이 양해해 줬다.”
장사가 어려운가.
“1년 전 개업할 때의 절반도 안 된다. 홍대 상권이 연남동·상수동으로 넓어지면서 경쟁 가게가 많아졌다. 프랜차이즈 본사도 국내 사업을 줄이고 있다.”
임대료와 재료비는 얼마나 되나.
“수수료 매장이어서 매출의 25%를 건물주에게 준다. 재료비가 40%를 넘는다. 그래서 남는 게 없다. 남동생과 둘이서 가게를 교대로 보며 버틴다. 그런데도 한 달 100만원이 안 남는다.”
차라리 알바를 하는 게 낫겠다.
“건물주와 계약한 게 내년까지여서 버티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더 힘들겠다.
“그렇다. 얼마 전 알바생이 ‘저 최저임금 1만원 받게 되는 거예요?’라고 좋아하더라. 그래서 ‘너 실업자 되는 거야’라고 말해줬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버티기 힘들다.”
문제가 최저임금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로 가맹점에 남는 게 없는 게 문제다. 본사 재료비도 비싼데 이벤트 꽃까지 본사에서 사라고 하고 케이크 포장지를 팔아놓고 제멋대로 바꾼다. 그렇게 뜯기다 보니 작은 가게인데 월 4000만원 매출이 나와야 유지된다. 3평 남짓한 공간에서 그게 가능한가. 본사 갑질을 못하게 하면 알바생 최저임금 주고도 남는다.” 

김동호·나현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