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복날 코앞인데"…닭 1마리 없이 '개점휴업'인 대구 전통시장 닭골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 오전 11시쯤 대구 북구 칠성시장. 일명 '닭골목'이라고 불리는 가금류 판매 거리에서 상인 문모(58·여)씨는 침상에 누워 있었다. 이마에 젖은 손수건을 올려둔 채였다. 초복(7월 12일)을 보름 정도 앞둔 지금은 평소 같으면 끼니를 때울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빠야 할 시기다. 하지만 문씨의 가게 앞 철제 닭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가게 앞을 지나다니는 손님도 없었다.

25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일명 '닭골목'에 빈 닭장들이 늘어서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라 지난 5일부터 살아 있는 가금류 이동제한조치가 걸리면서 칠성시장 닭골목은 개점휴업 상태다. 대구=김정석기자

25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일명 '닭골목'에 빈 닭장들이 늘어서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라 지난 5일부터 살아 있는 가금류 이동제한조치가 걸리면서 칠성시장 닭골목은 개점휴업 상태다. 대구=김정석기자

문씨는 "닭 상인들은 1년에 여름 한 철만 보고 장사를 하는데 이게 무슨 꼴이냐. 지난겨울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6개월 넘게 손가락만 빨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이들 학원비도 못 냈다.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대목철에 AI 직격탄 맞은 칠성시장 닭골목 #"생계비까지 떨어졌다" 상인들 분통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도 손님 끊겨

지난 21일 대구 동구에서 AI가 발생하면서 칠성시장 닭골목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이달 초 제주에서 AI가 발생하고 살아있는 가금류의 이동제한조치가 떨어진 후엔 이 골목 닭장은 모두 텅텅 비었다. 문씨는 "지난해 11월 AI가 전국에 유행했을 때는 겨울이라 그나마 상황이 나았지만, 초복을 앞두고 다시 AI가 터져 먹고 살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맞은편에서 영업하는 황모(67·여)씨도 속이 타들어 가긴 마찬가지다. 급한 대로 토끼 10여 마리를 팔고 있지만 가물에 콩 나듯 한 마리씩 팔린다. 황씨는 "토끼는 겨울 보양식으로 주로 쓰이기 때문에 여름에는 팔리지 않는다"며 "이곳에서 20년 정도 장사를 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닭 파는 사람들 일자리도 신경을 써 달라"고 말했다.

25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일명 '닭골목'에 빈 닭장들이 늘어서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라 지난 5일부터 살아 있는 가금류 이동제한조치가 걸리면서 칠성시장 닭골목은 개점휴업 상태다. 대구=김정석기자

25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일명 '닭골목'에 빈 닭장들이 늘어서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라 지난 5일부터 살아 있는 가금류 이동제한조치가 걸리면서 칠성시장 닭골목은 개점휴업 상태다. 대구=김정석기자

칠성시장 닭골목은 6~7월 기간 1년 판매량의 대부분을 판매한다. AI 타격이 없을 때는 가게 한 곳에서 800 마리 정도를 판다. 하지만 지금은 한 마리에 2만5000원 정도 하는 토끼 한 마리를 판매하기 어렵다. 한 상인은 "거의 6개월 동안 적자를 보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최소한의 생계비라도 지원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의 대표적인 치킨가게 밀집지역인 동구 평화시장 닭똥집 명물거리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곳에서 닭똥집과 치킨을 판매하는 식당 27곳은 대구에서 AI가 발생한 후 손님이 절반 이상 끊겼다. AI 불안으로 다른 음식을 택한 손님들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닭똥집 명물거리를 관광 코스로 정하는 타 지역 관광객들이 방문하지 않는 이유가 크다.

닭똥집골목 상우회 관계자는 "정부가 AI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주는 홍보를 더 많이 해야 한다"며 "닭을 고온에 삶거나 튀기면 AI 바이러스가 사라져 인체에 안전하다"고 말했다. AI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도 이상에서 5분 만에 사멸된다. 충분히 가열해 조리한 경우에는 감염 가능성이 전혀 없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