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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대 입시·학사 비리 관련자 전원 유죄는 사필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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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어제 법원이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특혜 비리 사건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순실 등 관련자 9명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사필귀정이다. 전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 사건이 터졌음에도 정유라가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분노에 기름을 부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정을 농단한 ‘비선 실세’와 그릇된 지식인들이 합작한 ‘교육 농단’ 사건이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규정은 틀린 게 없다. ‘국정 농단’ 사태 발생 이후 8개월 만에 나온 첫 법률적 단죄가 너무 늦은 감이 들 정도다.

이날 두 아이의 엄마인 여성 재판장은 최순실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그릇된 모정과 특권 의식을 질타했다. “많은 사람이 공평과 정의를 저버리도록 만들었다”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어머니 마음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여 줬고 비뚤어진 모정은 자녀마저 공범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면서다.

또 최경희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의 공모 혐의를 인정한 뒤 “대학의 신뢰 자체를 허물어뜨리고 공정성이란 가치를 훼손했다”며 징역 2년~1년6월씩을 선고했다. 시험답안지 조작 등을 지시한 류철균 전 교수가 체육특기자 성적 관리가 관행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선 “2015년 담당교수 중 4명이 체육과학부 교수였음에도 평점 0.11로 8개 과목 중 7개 과목에서 F를 준 것에 비춰 2016년에 그런 관행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전원 유죄가 나오긴 했지만 무엇보다 공정한 평가를 기대했던 다른 수강 학생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은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의문이다.

이번 판결 내용에서 주목할 건 최순실과 정유라 모녀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내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는 정유라의 구속 영장이 두 번 기각되자 류 전 교수는 “나는 30년 쌓은 인생을 모두 잃었는데 정유라는 너무 뻔뻔하다. 정유라가 아니라면 내가 유령을 본 것이냐”고 황당해했다고 한다. 검찰이 더욱 철저히 수사해 교육의 정의를 바로 세워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