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완전 개방 청와대 앞길 막은 민노총 불법 텐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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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6일부터 청와대 앞길이 무려 50년 만에 완전 개방된다는 소식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과장된 경호와 강요된 권위가 쌓아올린 장벽이 시민의 당연한 권리를 반세기 동안이나 침해하고 권력을 스스로 불통의 늪으로 이끌었던 과거를 청산하려는 노력으로서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청와대의 초대장에 제일 먼저 찾아온 손님이 민주노총의 불법 텐트라니 기가 막힌다. 발표 당일 금속노조가 청와대 앞 100m 지점의 인도를 점거하고 청와대를 향해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 요구를 들어 달라”고 외친 것이다. 시민들의 불편을 고려한 종로구청이 철거했지만 금속노조는 7시간 만에 같은 자리에 천막을 다시 치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는 공권력을 우습게 아는 것을 넘어 정권을 만들어 줬으니 대가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빚 독촉’과 다름 아니다. 그들은 ‘촛불 청구서’를 접수시키기 위해 30일 사회 총파업까지 계획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촛불시위에 참여했다고는 하나 촛불의 주체는 결코 민주노총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인도를 점거해 불편을 겪고 있는 일반 시민들이며,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 말고는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어제 다시 종로구청이 불법 텐트를 철거했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 촛불 민심을 화나게 하지 말고 불법을 저지를 생각을 거두라. 청와대 앞 천막뿐 아니라 광화문 일대에 산재한 불법 텐트를 모두 철거하라. 만일 정권 수립에 기여했다면 정권에 부담을 주는 것도 자제해야 하지 않겠나. 공권력 역시 이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단호한 법 집행을 망설이지 말라. 지지 세력이라고 해서 적극 나서지 못한다면 반대 세력들이 ‘인사 참사’에 항의하며 불법 텐트를 설치한다 해도 무슨 논리로 막을 수 있겠는가.

이참에 광화문광장에 수년째 설치돼 있는 세월호 관련 시설물들 역시 이제는 자발적으로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겠다. 세월호가 인양된 지 오래고, 시신 확인 노력도 중단 없이 계속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서는 바로 설 수 없는 게 법치고 정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