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모자로 브렉시트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의회의사당에서 개원 연설에 앞서 앉아 있다. 오른쪽은 찰스 왕세자. [AP=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의회의사당에서 개원 연설에 앞서 앉아 있다. 오른쪽은 찰스 왕세자. [AP=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반대하는걸까.

21일 의회 연설에서 쓴 여왕의 모자 화제 #EU 국기와 닮은 꼴로 갑론을박 #“브렉시트에 경고” vs “하드 브렉시트 예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21일(현지시간) 의회 개원 연설에서 쓴 모자가 화제다.
모자 가운데 노란색 꽃 5개가 점점이 박힌 파란색 모자였는데, 노란색 별이 가운데 박힌 파란색 바탕의 EU 국기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쓴 모자가 유럽연합(EU) 국기와 닮아 화제가 되고 있다. [CNN 캡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쓴 모자가 유럽연합(EU) 국기와 닮아 화제가 되고 있다. [CNN 캡처]

여왕의 연설 뒤 영국 트위터에는 ‘여왕 연설(#QueensSpeech)’이란 해시태그와 함께 8만 여개의 트윗이 달리며 여왕의 모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네티즌은 “여왕이 ‘EU 국기’ 모자를 쓴 걸 보니 마음이 좋다”고 했고, 다른 네티즌은 “여왕이 모자를 통해 브렉시트 군단을 조롱한 것”이라며 “여왕의 경고”라고 해석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영국의 EU 잔류를 에둘러 드러낸 것이란 취지의 해석이 많았다.

급기야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브렉시트 협상대표도 트위터에 “EU가 여전히 영국에 영감을 주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자평했다.

영국 네티즌 사이에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모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BBC 캠처] 

영국 네티즌 사이에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모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BBC 캠처]

반면 여왕이 이날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의회에 제출한 브렉시트 관련 8개 법안을 이날 공식 발표했는데 “무슨 소리냐”는 반박도 이어졌다. 하드(강경한) 브렉시트를 예고한 것이란 의미다.
여왕은 연설에서 브렉시트에 따라 기존 EU법률을 영국 법으로 대체하는 ‘대폐기법안(great repeal bill)’을 발표하면서 “대폐기법안은 유럽공동체법을 폐기ㆍ대체할 것”이라며 “정부의  우선사항은 EU를 떠날 때 가능한 최상의 합의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여왕의 런던 국회의사당 의회 개원 연설은 영국의 정치적 전통이다.
통상 의회 개원 때 여왕은 말을 타고 의회 정문을 통과하고 연설 땐 대례복에 왕관을 쓰는 등 전통 왕실 옷차림을 한다. 하지만 이번 개원 땐 버킹엄궁에서 차를 타고 의회에 도착했고 대례복 대신 정장 차림이었다.

BBC 등 영국 언론은 “올해는 조기 총선(6월 8일)이 치러지면서 궁에서 개원 연설 준비기간이 촉박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영국 네티즌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의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곤 했다”며 “이날 의상은 분명히 모종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수근거리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한편 버킹엄궁은 이날 여왕의 모자에 대해 노코멘트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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