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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노동운동은 산업화속도 반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양사학회(회장 이민호)가 창립30주년을 맞아 지난5일 서양에서의 노동계급의 형성문제에 대한 대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은 우리에 앞서 경험한 구미선진자본주의국가들이 노동자들의 빈곤과 열악한 노동조건, 그들의 조직화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했고 이런 와중에서 노동운동은 어떤 유형으로 형성돼 갔는가를 밝히는데 촛점을 모았다.
논의는 이들 구미국가들의 노동운동이 공통점 못지 않게 차이점을 갖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런 차이점을 갖게하는 각국의 구조적 요인을 분석했다.
박지향교수(인하대)는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문제를 다루면서 『산업혁명을 최초로 경험한 영국특유의 상황이 노동운동의 성격을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즉 산업화의 속도가 느리고 국가의 개입없이 자본가들에 의해 추진됐기 때문에 노동계급의 형성은 느리고 오래 걸렸으며 노동조합은 숙련공 내지 노동귀족들이 자신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지키기위해 조직됐다는 것이다.
김린중교수(숭실대)는『공장보다 수공업이 오랫동안 번성했던 프랑스의 노동운동에선 직인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지적했다.
한편 독일의 경우를 살펴본 정현백교수(성균관대)는 『지각한 산업화를 빠른 시간내에 국가의 도움으로 수행코자한 독일에선 사회적 긴장을 심화시키고 노동운동에 대한 심한 탄압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또 유경준교수(공주사대)는 『미국의 경우 산업화가 빠른 템포로 진행됐음에도 정부의 간섭이 적었고 또 이민노동자의 유입으로 노동자계급의 단일화가 어려웠기 때문에 노동운동이 정치화되기보다 노동조합권 이해관계를 고수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날 논의는 결론적으로 영국·미국의 실용주의적 노동운동과 프랑스의 산디칼리즘과 사회주의가 혼용된 노동운동, 독일의 사회민주당 중심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강한 노동운동은 각기 그 사회의 산업화의 조건, 국가의 역할등의 변수를 반영하고 있음을 집중토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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