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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골목상권 더 큰 경쟁자 ‘손바닥 상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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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장주영산업부 기자

장주영산업부 기자

“백화점 안 들어오면 골목상권이 크나요?”

얼마 전 부천에 사는 지인이 물었다. 부천시와 신세계가 영상문화단지에 백화점을 입점시키려다 인근 인천시 부평구 상인들의 반대에 부닥쳐 연기된 걸 두고서다. 그는 “백화점 입점과 골목상권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요새는 물건을 대부분 온라인에서 사느라 백화점이 없어도 시장에 잘 가지 않는데…”라고 했다.

쇼핑몰 입점을 두고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 상인들의 외침과 새 정부의 ‘골목상권 보호’ 기조가 결합하면서 유통기업은 바짝 몸을 낮췄다. 부천 신세계의 경우 당초 지난달 계약하기로 했다가 3개월 늦췄고, 롯데는 상암에 지으려던 복합몰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신규 백화점·쇼핑몰 출점뿐 아니라 이미 지어진 복합 쇼핑몰도 규제 암초를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복합 쇼핑몰 휴일 영업 제한이 들어가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 입점은 당연히 골목상권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어느 정도나 영향을 끼치느냐는 논란거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 일평균 매출액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도입된 2012년 4755만원에서 2015년 4812만원으로 3년간 약 6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결과에 대한 해석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유통기업에서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향하지 않았다고 말할 것이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월 2회 휴업의 실효성이 크지 않으므로 규제를 더 강화해야 골목상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둘 다 꼭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데 익숙해져 간다. 골목상권과 대형 쇼핑몰 중 택일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소셜커머스와 온라인몰 등 다양한 e커머스를 통해 생선이나 과일 같은 신선식품까지 손바닥 위에서 주문한다. ‘손바닥 상권’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위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골목상권 보호는 필요하다. 유통 기업도 대형 쇼핑몰 입점시에 소상공인과 대화와 협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이 점점 거대해지는 상황에서 쇼핑몰 입점 저지가 골목상권 보호의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소상공인과 유통기업의 상생을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현대백화점이 지난달 말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문을 연 ‘현대시티몰’은 좋은 본보기다. 매출의 4% 이상을 가든파이브에서 장사하던 중소 상인들에게 수수료로 지급한다. 이런모델, 또는 다른 형태의 상생안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장주영 산업부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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