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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불법체류 의인의 코리안드림 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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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신성식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빨리 비자 받은 뒤 스리랑카로 갈 거예요. 엄마·아버지 보고 싶어요. 돈을 많이 벌어서 고향에 집을 만들고 싶어요.”

불법체류자 의인 1호 니말 시리 반다라(38)의 간절한 바람이다. 과연 그의 ‘코리안 드림’은 이뤄질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니말은 지난 2월 경북 군위군의 한 농장에서 일하다 불난 집에 뛰어들어 90세 할머니를 구했다. 이 사실이 알려져 보건복지부 선정 의상자(義傷者), LG복지재단 지정 의인이 됐다.

그런데 현재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불법체류 사실이 탄로 나 추방될 처지다. 또 화상 치료비 800만원(600만원은 이미 본인이 부담)을 건강보험공단에 반환해야 한다. 불 속에서 유독가스를 마시는 바람에 폐를 다쳐 경화증으로 악화될 위기에 처했다. 한 번 기침을 시작하면 5~10분 계속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니말은 20일 대구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 불법체류자라고 자수했다. 그리고 치료비자(G1)를 신청했다. 그는 불법체류 벌금 480만원을 내야 한다. 만일 비자가 거부되면 추방된다. 그런데 치료비자가 나와도 건보 혜택은 볼 수 없다. 매주 한 차례 폐 치료를 하는 데 10만원 넘게 들어간다. 취업도 불가능해 농장일 알바 등을 통해 생계비와 치료비를 벌어야 한다. 일당은 6만원 정도다. 이것도 사실 불법이다.

들리는 소식에는 치료비자가 나오고 벌금도 경감될 가능성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불법체류자의 건보 혜택 환수금 800만원은 피할 수 없다. 의로운 행위를 하다 다친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데도 “할머니가 고향 엄마 같다”며 뛰어든 그에게 한국의 배려는 너무 야박하고 규정의 벽은 지나치게 높다.

건보공단은 통상 사정이 딱하면 건보 부당이용 비용과 보험료 체납금을 탕감해준다. 또 내국인이 의상자(1~6급)가 되면 의료급여를 적용해 치료비를 물리지 않는다. 그러나 니말은 외국인인 데다 등급(9급)이 낮다고 이마저도 안 된다고 한다.

일부 네티즌은 “달랑 의인 증서 하나 주고 병원비 물게 한 것도 모자라 환수까지 하느냐”며 분노한다. 일부는 “치료비·벌금 다 해결해주고 영구 체류를 허용하자”고 제안한다. 니말은 한국의 우수한 의료를 활용해 병을 고치고 돈을 모으고 싶어 한다. 그냥 돌아가면 폐병이 심해져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지금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취업비자와 치료비, 벌금 면제다.

니말은 “한국에 좋은 사람 많아요”라고 무한한 애정을 표한다. 우리 사회가 그런 따뜻한 가슴을 안아주지 못할 만큼 각박하지는 않을 게다. 니말의 ‘코리안 드림’ 성취를 보고 싶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