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뜬금없이 해외 여행을 가자고 한다

중앙일보

입력

아들이 뜬금없이
해외 여행을 가자고 한다

“아빠 … 함께 해외 여행 가요”

아들이 효도 관광을 시켜주겠다며
나를 필리핀으로 데려갔습니다

필리핀 세부는 너무 아름다웠어요

아들이  ‘여기서 살아보는 건  어떠세요’라고
묻더군요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기특해서
‘너무 좋겠다’고 했죠

한국의 전 재산을 모두 처분해
아들에게 맡겼어요

그런데 …

재산을 가진 아들은
‘더 이상 모실 수 없겠다’며
나를 집에서 내쫓더군요

현지 대사관에 도움을 청했지만
‘어찌 됐든 아들인데 포기하고 귀국하라’는 말뿐이었죠

아들에게 재산만 털린 채 버려진 노부모의 사연입니다

요즘, 효도는 커녕 재산만 뺏고 부모를 버리는 이들의 사연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한밤 중 노인을 버스에 버린 채
도망치듯 사라진 중년 여성

한겨울에 길을 잃었다는데 자식들이
버린 것으로 드러난  치매 할머니

미국에선 치매 치료비가 너무 비싸
엄마를 인천공항에 버려둔 딸

폭행·방임·유기 등
한해 노인 학대 신고 3000 여건 중
가해자가 가족인 경우는 무려 89%

피해자인 부모들은  ‘내 새끼’라는 이유로
자식을 용서하기 때문에 형사 처벌은 드뭅니다

OECD 노인 빈곤율 1위
OECD 노인 자살률 1위

게다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노령화 지수에 비해
치매나 저소득 노인을 위한 복지도 취약하다 보니
가족은 노인 방임의 유혹에 시달립니다

6월 15일은 첫 번째
‘노인학대예방의 날’이었습니다

젊은 당신도 언젠가는 노인이 됩니다
이것 하나만 생각한다면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제작: 조성진 인턴 cho.seo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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