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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덴쓰, 中 광고시장서 기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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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일본 최대의 광고대행사인 덴쓰(電通)사가 중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AWSJ)이 20일 보도했다.

AWSJ에 따르면 4년 전 중국에 진출한 덴쓰의 광고 매출은 1999년 5천2백만달러에서 2002년에는 2억7천8백만달러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덴쓰는 4년만에 중국 시장 3위의 광고 대행사로 자리잡았다.

덴쓰는 올해도 중국의 유망 컴퓨터 브랜드인 '리젠드' 등의 광고 매출에 힘입어 이 같은 고속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덴쓰는 일본에서 광고시장의 25%를 장악하고 있는 업계의 거물이지만 해외시장에서는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소니 등 거대회사 및 방송사들과의 유대관계에 힘입어 승승장구했지만 해외에서는 이 방법이 잘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지속된 일본의 불황으로 광고시장이 위축되자 덴쓰의 해외 진출은 필수적인 생존전략으로 떠올랐다.

덴쓰가 중국으로 눈을 돌린 것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중국의 광고시장 규모는 지난해 1백억달러 이상으로 커졌으며, 2010년까지 미국.일본의 뒤를 이어 세계 3위의 광고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조사전문기관인 AC닐슨은 예상하고 있다.

중국에서 현지화 전략을 편 것이 주효했다. 1996년 나리타 유타카(成田豊) 덴쓰 회장은 중국에 사무실을 열기도 전에 당시 장쩌민(江澤民) 주석을 면담한 뒤 5개 중국 대학에 광고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덴쓰는 이 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3백명 이상의 직원을 중국에 파견했으며, 중국인 교수를 덴쓰 본사로 수개월간 초청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덴쓰는 자사가 댄 자금으로 대학에서 광고 교육을 받은 우수한 현지 인력을 채용해 경쟁 우위를 갖출 수 있었다. 현지 지역사회와의 굳건한 연대가 돈벌이에도 도움이 된 것이다.

AWSJ는 중국에 진출한 다른 외국 광고대행사가 주로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만을 고객으로 의존하는데 반해 덴쓰사는 이같은 성공적인 현지화 프로그램으로 토착 기업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덴쓰의 중국 매출의 절반 이상은 현지 중국기업으로부터 나온다. 반면 86년 중국에 진출한 WPP그룹의 오길비 앤 매더의 경우 아직까지 매출의 60%를 현지 다국적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 함께 덴쓰가 본사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장 3개월까지 광고비 수금을 기다려 주는 것도 현지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AWSJ은 보도했다.

덴쓰는 지난 3월 말 끝난 2003년 회계연도에 1백49억달러의 매출과 1억9천2백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덴쓰의 주요 광고주에는 도요타, 코카콜라, 미쓰비시 자동차, 마쓰시타 전기, NTT 도코모, 아사히맥주 등 굵직한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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