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키스탄서 피살된 중국 청년은 기독교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파키스탄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납치된 뒤 이달 초 살해된 중국인 남성이 독실한 기독교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명보가 16일 보도했다.

홍콩 언론 "고향집 문에 십자가, SNS엔 '주여 오시옵소서'” #중국은 테러 규탄보다 한국 선교 문제 집중 부각 #중국 외교부 “한국 종교집단에 이용당했을 가능성”

신문은 “IS가 살해한 중국인 리신헝(李欣恒ㆍ24)은 기독교 가정 출신”이라며 “후난(湖南)성 헝양(衡陽)의 리씨의 고향집 문에는 십자가, 성경과 함께 ‘십자가가 만민을 구원하고 성경의 가르침은 영원하다’는 문구가 적힌 기독교 달력이 붙어 있었다”고 전했다.
리씨의 아버지는 “상부에서 어떤 인터뷰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기자를 피했지만, 어머니는 “마음이 찢어진다. 우리 아이는 착한 아이”라고 말했다. 한 이웃은 “영리하고 예의 바르던 리씨가 지난 4~5년간 고향에 오지 않았다”며 “그가 기독교를 믿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IS에 의해 피살된 중국 청년 리신헝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주여 오시옵소서”라는 뜻의 아람어 “MARANA THA” 돌무더기 사진. 요르단 야르무크 대학서 유학했던 시절 찍은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캡쳐]

IS에 의해 피살된 중국 청년 리신헝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주여 오시옵소서”라는 뜻의 아람어 “MARANA THA” 돌무더기 사진. 요르단 야르무크 대학서 유학했던 시절 찍은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캡쳐]

IS에 피살된 중국 청년 리신헝의 페이스북. 요르단 야르무크 대학서 유학했다는 내용이 아랍어로 쓰여있다. [페이스북 캡쳐]

IS에 피살된 중국 청년 리신헝의 페이스북. 요르단 야르무크 대학서 유학했다는 내용이 아랍어로 쓰여있다. [페이스북 캡쳐]

IS에 피살된 중국 청년 리신헝의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쳐]

IS에 피살된 중국 청년 리신헝의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쳐]

리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르단 야르무크 대학에서 공부했다고 아랍어로 적어놓았으며, 요르단 유학 당시 조약돌로 “주여 오시옵소서”라는 뜻의 아랍어 “MARANA THA”라고 쓴 사진도 올렸다. 리씨는 지난 지난해 8월 요르단에서 카타르를 거쳐 상하이로 귀국했으며, 9월에는 산둥성 옌타이(煙臺)에서 여객선을 타고 인천으로 들어와 13일 간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월에는 상하이 파키스탄 영사관에서 사업비자를 받고 태국 방콕을 거쳐 파키스탄 퀘타로 입국했다.

리씨의 행적이 드러났지만 의문점은 여전하다.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리씨가 무슨 돈으로 빈번히 해외 여행을 했는지, 파키스탄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는 한국인과는 어떻게 알게됐는지, 한국과 태국을 방문했던 이유 등이다.

IS에 피살된 중국 청년 리신헝의 후난성 자택. 십자가와 성경, “십자가가 만민을 구원하고, 성경의 가르침은 영원하다”는 기독교 달력이 붙어 있다. [홍콩 명보]

IS에 피살된 중국 청년 리신헝의 후난성 자택. 십자가와 성경, “십자가가 만민을 구원하고, 성경의 가르침은 영원하다”는 기독교 달력이 붙어 있다. [홍콩 명보]

한편 중국 당국은 이번 사건이 테러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보다 한국의 해외 선교 활동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중국 공민이 한국 종교 관련 단체에 이용당해 현지에서 불법 선교활동에 종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테러보다 불법 선교 사실을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불법 선교활동에 대해 파키스탄 정부와 함께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한국의 해외 선교활동을 비난해 온 환구시보도 16일 독일 종교학자를 인용해 “기독교와 삼성, 현대가 한국이 3대 브랜드”라며 비난을 이어갔다.
지린(吉林)성 사회과학원의 왕자시(王家曦)는 환구시보에 “이미 몇년 전부터 한국인의 중국 내 불법 선교가 심각한 문제가 돼왔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