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케빈 나’가 동영상 올리자 억센 잔디 깎은 USGA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멋진 일을 해냈어, 케빈.”(패트릭 리드)

US오픈 열리는 에린힐스 골프장 #“무릎 높이 러프에 빠지면 공 못쳐” #부랴부랴 개막 이틀 전 페스큐 손질 #JTBC골프 오전 2시부터 생중계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US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힐스 골프장. 세계랭킹 19위 패트릭 리드(27·미국)는 재미동포 케빈 나(34·한국이름 나상욱·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골프대회가 15일 밤 에린힐스 골프장에서 개막했다. 케빈 나는 3일 전 인스타그램에 에린힐스의 러프를 가득 채운 억센 잔디(페스큐·fescue)에 대한 불만 섞인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벼과의 다년생 풀인 페스큐는 어른 무릎 정도로 길게 자라는 데다 억세고 질겨 공을 일단 빠뜨리면 찾기도, 빼내기도 쉽지 않다. 영상 속에서 페스큐 사이로 공을 던진 케빈 나는 한참 만에 공을 찾은 뒤 몇 번의 헛스윙을 하고는 황당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에린힐스 골프장의 디자인은 훌륭하지만 페스큐에 빠지면 도저히 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15일 밤 개막한 US오픈이 열리는 미국 위스콘신주에린힐스 골프장.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억센 잔디가 선수들을 괴롭혔다. [케빈 나 인스타그램]

15일 밤 개막한 US오픈이 열리는 미국 위스콘신주에린힐스 골프장.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억센 잔디가 선수들을 괴롭혔다. [케빈 나 인스타그램]

이 영상이 화제가 되자 대회 코스를 디자인한 회사는 트위터에 “페스큐에서 플레이하고 싶지 않다면 페어웨이로 공을 보내면 된다. 에린힐스의 페어웨이는 PGA투어에 비해 2~3배 넓다”는 반박 글을 올렸다.

그러나 러프의 억센 잔디에 불만을 드러낸 선수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전 세계랭킹 1위인 리 웨스트우드(44·잉글랜드)도 인스타그램에 페스큐에 들어갔던 캐디가 헤엄쳐서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올렸다. 선수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US오픈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개막 이틀 전인 14일 연습 라운드가 종료된 뒤 페스큐 제거 작업에 나섰다.

미국의 골프채널은 “USGA가 페스큐 일부를 제거하기로 한 것은 놀라운 결정이다. 케빈 나의 입김이 이렇게 센 줄 몰랐다”고 평했다. JTBC골프가 전 라운드를 오전 2시부터 생중계한다.

에린=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