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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힘이라도"…밧줄 끊겨 사망한 외벽 작업자 위해 나선 주민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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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를 매달고 있던 밧줄이 잘려있다. [사진 경남경찰청]

A씨를 매달고 있던 밧줄이 잘려있다. [사진 경남경찰청]

경남 양산의 아파트에서 입주민이 생명줄을 끊어 추락사한 A(46)씨에게 5명의 자녀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웃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14일 오전 네이버 카페 '웅상이야기' 운영진은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봅니다'라며 "A씨의 남겨진 5명의 자녀와 아내분이 어디에 거주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양산에 생긴 말도 안 되는 일이니 어디에 거주하시던 우리가 작은 힘이라도 되어 드려야 하지 않겠냐"는 글을 올려 자율적으로 조의금을 모금한다고 밝혔다.

웅상이야기는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모여있는 양산시 동부 4개동 지역의 아파트 입주민들의 정보공유카페다.

웅상은 4개 동으로 나뉘기 전 이름으로 A씨가 추락사한 아파트는 이 곳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페 운영진은 이날 오후 "투명하게 계좌 입금 내역 업데이트하겠다"며 조의금 모금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조의금 입금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 같이 아파하고, 힘이 되어 주고 싶은 그 소중한 마음을 표현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카페 '웅상이야기' 화면 캡처]

[사진 카페 '웅상이야기' 화면 캡처]

운영진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약 반나절 동안 총 41명이 조의금을 보냈으며 모인 금액은 116만원이다.

카페 측은 또 오는 18일 양산시 주진동 웅상문화체육센터 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프리마켓 참가비 160만원 전액을 조의금에 합치기로 했다.

카페운영자 진씨는 "사건이 일어난 곳이 웅상 지역으로 정말 말도 안 되는,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나도 3명의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지역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모금 운동을 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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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경남 양산경찰서는 아파트 외벽 작업자의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항의하다 밧줄을 끊어 살해한 혐의(살인 및 사인미수)로 B(41)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8일 오전 8시 13분쯤 양산시내 한 아파트 옥상 근처 외벽에서 밧줄에 의지한 채 작업을 하던 A씨가 켜놓은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화를 낸 후 옥상으로 올라가 준비한 칼로 밧줄을 끊었다.

A씨는 13층 높이에서 작업하다 밧줄이 끊어지면서 바닥에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A씨는 현재 27개월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4명의 딸과 1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또 당시 함께 밧줄을 탔던 동료 중에는 A씨의 이종사촌도 있었으며 찰나의 순간에 사촌지간 생사가 엇갈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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