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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보는 프로야구 우천취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로야구가 올시즌 전체 일정의 41%를 마쳤다. 그런데 올시즌 프로야구를 보면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할 수 있다.

프로야구 경기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하곤 모두 개방형 구장에서 열리기 때문에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특히 비에 민감하다. 그라운드가 젖으면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고, 부상이 염려되는 탓에 비가 오면 경기를 연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올해는 비로 연기되는 경기가 드물다. 전국적인 가뭄 탓이다. 최근 6개월간 전국의 강수량은 평년(331㎜)의 69%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올해 우천으로 인해 순연된 프로야구 경기는 총 13경기 밖에 되지 않았다. 4월 5경기, 5월 6경기, 6월 2경기가 전부였다. 5개 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가 모두 취소된 날은 4월 5일이 유일했다.

[포토] 잠실구장 비롯해 5경기 우천 취소

[포토] 잠실구장 비롯해 5경기 우천 취소

가장 최근 우천순연 경기가 나온 6월 6일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엔 22경기, 2015년엔 28경기가 비로 순연됐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올해처럼 비가 오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두산-삼성전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에는 경기 시작 1시간을 앞두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오랜 만에 비를 본다. 우리 팀 선발 로테이션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 오늘 경기가 취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점차 빗줄기가 가늘어지더니 경기가 시작될 무렵인 오후 2시쯤엔 딱 그쳤다.

현재 경기와 전남, 충남·북 경북 지역 33개 시·군의 가뭄이 '주의' 단계다. 전국적인 가뭄이 농사에는 큰 차질을 빚고 있지만 프로야구 경기엔 오히려 호재에 가깝다.

앞으로도 우천순연 경기는 많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6월 가뭄 예·경보' 에 따르면 올해는 장마 기간에도 강수량이 적을 전망이다. 7월까지 이어지는 가뭄이 중서부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8월이 돼야 강수량이 평년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그나마 가뭄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천순연 경기가 가장 적었던 시즌은 2009년(33차례)이었다. 올해는 정규시즌 총 730경기 중 현재까지 302경기를 치른 가운데 딱 13경기만 순연됐을 뿐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더위가 시작되는 6월부터 체력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비가 내리면 하루씩 쉴 수 있지만 올해는 그런 기회가 거의 없다. 최근 김기태 KIA 감독은 새로운 투수(6선발)를 등판시키며 기존 선발진에게 하루씩 휴식을 주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4일 삼성전 등판 차례였던 임기영 대신 정용운을 올려 승리를 따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1군 엔트리 등록과 말소 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다. 선수들의 체력를 안배하는 동시에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양상문 LG 감독은 "당분간 선발 투수들에게 휴식을 줄 계획은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투수들의 체력 저하가 우려된다. 그럴 경우엔 돌아가면서 쉬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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