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444건 적발...김종 전 차관은 역시 체육계 황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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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특정 문화예술인과 단체에 대한 지원을 부당하게 배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례 444건이 확인됐다.

최순실ㆍ정유라ㆍ차은택 등 국정개입 의혹 관련 감사 #김종 전 차관, 8억1000만원 공익사업적립금 부당 지원하기도

감사원이 13일 국회의 요구로 지난 1~3월 실시한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산하기관의 최근 3년간 추진 사업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 발표에서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체부는 2014년 3월부터 특정 문화예술인이나 단체를 지원사업에서 배제하라는 청와대의 명단을 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10개 산하기관에 이를 통보했다. 그 결과 2014~2016년 각종 지원사업 심의위원 선정시 특정 후보자를 배제하거나, 지원사업 대상자 선정시 특정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부당하게 배제한 사례가 모두 444건이었다. 각각 예술 분야 417건, 영화 분야 5건, 출판 분야 22건이었다. 이는 지난 3월 특검이 문체부 산하 3개 기관을 수사하면서 확인한 배제 사례 374건보다 많은 수치다. 이중 영화 분야에서 ‘천안함 프로젝트’의 경우 영화 상영관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 상영관 평가항목을 아예 바꾸기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실은 2013년 말부터 문체부에 이념편향적 작품에 대한 정부 지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이후 문체부는 청와대에 2014년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위원 후보자 105명의 명단을 넘겼고 지난해까지 이중 66명을 위원 후보에서 아예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왼쪽)과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중앙포토]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왼쪽)과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중앙포토]

감사 결과 '체육계 황태자'로 불리던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의 전횡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김 전 2차관은 빙상경기의 경우 체육진흥투표권 위탁사업비 집행대상이 아님에도 2015년 12월 위탁사업자에게 빙상단을 창단, 운영하도록 지시, 모두 34억4000만원의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2014년 11월에는 최순실씨가 소개한 업체, 2015년 9월엔 자신과 친분이 있는 교수가 회장 재직중인 협회 등 4개 단체, 10개 사업에 대해 법령위반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채 모두 8억1000여만원을 지원토록 했다.

이밖에 본인과 친분이 있는 특정인 또는 단체에 대해 보조금사업 종료 후 정산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국민체육진흥기금 보조금 1억6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사실상 문체부와 산하기관 예산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써온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의 부당 지시에 담당 과장이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재차 지시를 내려 지원한 사례도 있었다”며 “담당 과장은 이번 감사에서 면책했다”고 설명했다.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의 비위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 2015년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계획의 일환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한식문화시설 설치공사의 경우 시공업체가 설계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그대로 공사를 진행한 사실도 적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차은택씨는 계약당사자가 아닌데도 수시로 업체에 공사 내용 변경을 지시했고 문체부는 이를 사실상 방치했다"며 "잦은 설계 변경으로 2016년 3월 업체가 계약금액보다 12억원이 많은 31억을 요구했는데 문체부는 그대로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 모두 79건의 위법ㆍ부당행위를 적발, 문체부 소속 19명, 한국관광공사 2명, 국민체육진흥공단 2명, 한국마사회 3명, 이기우 사장 등 한국그랜드코리아레저(GKL) 2명 등 모두 28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김 전 차관은 직권남용 혐의로, (주)플레이그라운드 관련자 3명은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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