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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식물국회가 식물정부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정세균 국회의장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정세균 국회의장이 13일 취임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정 의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교흥 국회의장 비서실장. 박종근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정세균 국회의장이 13일 취임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정 의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교흥 국회의장 비서실장. 박종근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13일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개정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시사한 데 이어 또다시 선진화법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시사 #직권상정 요건 완화할 뜻도 #야당 받아들일 지 미지수

정세균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회선진화법은 사실 양당제를 염두에 두고 만든 법인데, 20대 국회는 다당제”라며 “(선진화법은) 몸에 맞지 않는 법이고, 좀 고치자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동물국회보다는 식물국회가 낫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선진화법으로 인한) 식물국회가 식물 정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국회 내부에서도 높다”면서 “약간의 손질을 통해 원래 입법의도에 맞게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완화도 주장했다. 정 의장은 “국회 선진화법 탄생 배경에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남발해 의원들의 의사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데 대한 반성도 담겨있었다”면서도 “그런데 지금은 국회의장에게 거의 직권상정 권한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저는 임기가 1년 남았으니 안 해도 괜찮은데, 다음 의장은 좀 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정되면 좋겠다”고 했다.

정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회에서 쟁점법안 통과가 어려워졌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주요 법안 통과 시 날치기, 몸싸움, 의장의 직권상정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해 ‘폭력국회’ ‘동물국회’라는 질타를 받던 국회가 2012년 직접 제정한 법이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ㆍ사변 등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 간 합의 등으로 한정하고, 쟁점법안의 경우 국회의원 정족수의 60% 이상 동의를 얻어야 통과될 수 있도록 했다. 물리적 충돌보다는 정당 간 대화와 타협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민주당(120석)-자유한국당(107석)-국민의당(40석)-바른정당(20석)-정의당(6석)의 의석 분포에서 180석을 충족하는 조합을 짜내기 어렵다. ‘동물국회’는 벗어났지만 자칫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하는 ‘식물국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하지만 정 의장의 선진화법 개정 제안을 야당에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과거 야당시절 선진화법을 이용해 각종 법안처리를 반대해왔던 민주당은 대선 전부터 선진화법 개정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반면 19대 국회 당시 “선진화법은 망국법”이라며 개정을 촉구했던 자유한국당은 야당이 된 현재 “함부로 국회법에 손대는 것은 옳지 않다”(정우택 원내대표)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 의장은 이에 대해 “여야가 반절씩 양보해서 현재 야당은 과거 여당 시절에, 여당은 과거 야당 시절 했던 얘기를 상기해서 접점을 좀 찾아야겠다”며 “한발씩 양보하고 접점을 찾아 선진화법이 조금 더 능률적이면서도 국회가 품격을 유지하고 다수결의 횡포를 벗어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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