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종합] 데니스 로드먼 평양 땅 밟자마자…억류 미국인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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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미국 프로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 [중앙포토]

전직 미국 프로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 [중앙포토]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56)이 13일 방북길에 올랐다. 농구광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친구'라고 부르는 로드먼의 방북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첫 방북이다. 로드먼이 평양 땅을 밟고 몇시간 뒤, 미 국무부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대학생의 석방 소식을 알렸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북한이 억류 대학생 석방"했다 #김정은의 '친구' 로드먼 트럼프 취임 후 첫 방북 성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반국가혐의로 북한이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억류중이던 미국 대학생 오토 윔비어(22)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그의 석방을 확보했으며, 윔비어는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북한에 억류된 나머지 미국인 3명에 대한 논의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먼의 방북은 북한 정부 관계자들이 평양의 CNN 기자에게 로드먼이 베이징 공항에 있다고 귀띔해주면서 알려졌다. CNN의 보도대로 로드먼은 평양으로 들어가려면 거쳐야 하는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드먼은 공항에서 기자들이 방북 목적을 묻자 "문을 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나는) 우리 모두가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만족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4명에 관해 이야기를 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선 "당장 내 (방북) 목적은 아니다"라면서도 "내 임무에 대해선 미국으로 돌아가서 말하겠다"며 여운을 남긴 바 있다. CNN 기자에게는 "목요일에 다시 봅시다"라고 말해 방북 일정이 짧다는 점을 시사했다.

13일 평양에 도착한 데니스 로드먼. [사진 트위터]

13일 평양에 도착한 데니스 로드먼. [사진 트위터]

로드먼은 2013년 방북 당시 동행했던 유전학자 조지프 터윌리거와 함께 북으로 향했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로드먼은 팟코인닷컴(potcoin.com)이 새겨진 검은 티셔츠를 입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트위터에 "내가 돌아왔다. 후원해준 팟코인닷컴에 감사한다. (I'm back! Thanks to my sponsor Potcoin.com)"는 문구와 고려항공 티켓 사진을 찍어 올렸다. 팟코인은 온라인상에서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암호화된 전자화폐다. 로드맨의 홍보담당자가 배포한 성명에 따르면 팟코인이 이번 방북을 후원해줬다.

로드먼의 예고 없는 방문은 올해 들어서만 북한이 16차례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면서 북미 관계가 급속히 악화된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끈다. 로드먼은 과거 4차례 방북 당시 모두 개인 자격으로 찾았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로드먼에게 어떠한 공식적인 임무도 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CNN은 “로드먼은 트럼프가 진행했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에 두 차례 출연한 인연이 있다”면서 “트럼프가 2015년 공화당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하자 로드먼은 공개 지지했다”고 전했다. 또 2013년 로드먼이 첫 방북길에 올랐을 때 트럼프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를 칭찬했다고 한다. 두 달 전 로드먼은 미국 연예매체 TMZ와의 인터뷰(동영상)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로드먼의 방북이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4명의 석방 문제와 관련이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왔던 것이다. 2014년 11월 로드먼은 TMZ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구금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살고 있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의 석방에 자신의 공이 크다고 밝혔다. 로드먼은 자신이 케네스 배의 석방을 호소하며 김정은에게 직접 보낸 편지도 공개했다. CNN은 "로드먼이 평소 농구를 통해 분단된 남·북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그의 꿈은 북한 땅을 밟자마자 실현된 셈이다.

김상진·이경희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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