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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죽은 목숨” … 사퇴 압박받는 메이 총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그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Dead woman walking).”

EU잔류파 오스본 전 장관 직격탄 #총선 패배 후폭풍 갈수록 거세져 #언론 “존슨 외무장관에 지지 몰려”

조지 오스본 영국 보수당 전 재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BBC에 출연해 사흘 전 총선에서 패배한 테리사 메이(사진) 영국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소폭 개각을 발표하며 총선 패배 수습에 나선 메이 총리를 향해 ‘데드 우먼 워킹’(‘사형을 앞둔 사형수 신세’)이라며 곧 물러날 사람이 개각을 단행한다는 투로 비아냥거린 것이다. 오스본 전 장관은 메이가 내년쯤 사퇴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스본 전 장관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반대했다가 메이 총리 취임 후 경질됐다. 주요 언론들은 오스본 전 장관의 묘사를 총선 패배로 흔들리고 있는 메이 총리의 현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CNN 등은 ‘데드 우먼 워킹’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조기 총선 자충수로 보수당 과반 의석을 잃게 한 메이 총리는 여야·내각으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메이 총리의 최측근인 닉 티머시와 피오나 필 총리실 공동비서실장이 전날 사임했지만,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 더선데이타임스가 이날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 영국인 48%가 메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임은 38%에 그쳤다.

보수 성향 더선은 보수당 원로들이 6개월 뒤 총리 교체에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장관 5명이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에게 접촉해 그가 총리직을 맡을 경우 지지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존슨 장관의 한 측근은 “존슨 장관에게 충성을 약속하는 지지 메시지가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불편한 듯 존슨 장관은 트위터에 “나는 메이 총리를 지지한다.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썼다.

메이 총리는 이날 개각과 함께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과의 연정 협상 의지를 불태우며 난국을 정면 돌파할 태세다. 하지만 가디언은 “성소수자 차별, 낙태 반대, 사형제 부활 같은 DUP의 정책 기조에 거부감을 보이는 보수당 내 진보세력이 적잖다. 자칫 DUP에 보수적 아젠다만 양보하고 발목을 잡힐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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