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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금요일 낮 12시 퇴근 실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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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북 영천시 공무원들은 한 달에 한 번 금요일 낮 12시에 퇴근한다. 부서별로 3~4개 조를 짜 돌아가며 금요일 점심시간 전에 집으로 간다. 근무하지 않은 오후 시간(5시간)은 다른 날 추가 근무로 대체한다. 오전 8시 출근을 하거나 오후 7시 퇴근하는 식이다.

기초지자체 첫 집단유연근무제 #시 공무원, 이번 주부터 한 달에 1회 #금~일 2박3일 ‘작은 휴가’ 생겨 #이달 초부터 실시한 경북도청선 #시행 초기 눈치 작전 … 79명만 신청

공무원들은 직급과 상관없이 한 달에 한 번 토·일요일을 합쳐 2박3일의 작은 휴가를 얻게 된 셈이다. 국내 226개 기초자치단체(광역자치단체 제외) 가운데 집단유연근무제가 전면 시행되는 첫 번째 사례다.

경북 영천시는 12일 이 같은 집단유연근무제를 공식화하고, 968명 시청 직원들에게 발표했다. 오는 16일 금요일 낮 12시 퇴근을 계획 중인 영천시 총무과 최용석(40) 주무관은 “아내와 함께 밀린 집안일도 하고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기대했다. 김영석(66) 영천시장은 “일과 가정의 양립, 내수 활성화, 저출산 문제 해결 등 중앙부처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는 제도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천시는 ‘칼퇴근’도 권장한다. 시는 월·수·금을 가족 사랑의 날로 정해 오후 6시 정시 퇴근을 추천한다.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 등도 시행 중이다.

금요일 조기 퇴근 등은 한 주 앞선 지난 9일 경북도청이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시행했다. 전체 직원 2300여 명 중 신청자에 한해서다. 이를 위해 도는 이달 첫째 주(6월 2일) 일부 부서를 대상으로 운영을 했다. 방식은 영천시와 같다. 이날 79명이 금요일 조기 퇴근을 했다. 이 중 일부 직원은 도에서 권장한 낮 12시 퇴근이 아니라 오후 2시 퇴근을 하기도 했다 .

경북도 자치행정과 박정훈 담당은 “ 탄력근무 제도 자체를 막 시작하다 보니 신청자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고 설명했다. 익명의 한 도청 공무원은 “부서 팀장 격인 사무관부터 정시 퇴근을 하지 않는데 어찌 집에 가겠느냐. 눈치를 좀 봐야 하는 면도 있다”며 “퇴근 방식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주먹구구라는 느낌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북도는 지난 4월 ‘칼퇴근’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지난달부터 ‘저녁이 있는 삶의 날’이라는 제도를 본격 시행 중이다. 일주일에 수요일과 금요일 이틀은 무조건 오후 6시 정시 퇴근한다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가정을 돌보거나 공무원들끼리 취미활동을 하도록 했다. 퇴근 눈치를 보지 않도록 퇴근 분위기 조성을 위해 축구·족구·테니스 같은 취미클럽 친선 리그전을 열고 인문학·건강·재테크 등 이색 강좌를 수요일과 금요일 열고 있다. 최근 야근이 유독 많은 인사혁신처 등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금요일 오후 4시 퇴근, 9시간 이상 휴식 같은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 안정적인 일자리인 공무원의 탄력근무에 다소 비판적인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분위기다. 바뀌어 가는 보편적인 우리 사회의 새 노동 형태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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