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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리 시끄럽다고" 15층 아파트 외벽 작업자 줄 끊은 입주민

중앙일보

입력

양산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양산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아파트 외벽에서 페인트 작업을 하던 근로자의 밧줄을 끊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일 양산의 한 아파트에서 공업용칼로 잘라 #페인트 작업하던 인부 추락하며 현장에서 숨져 #경찰 13일쯤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양산경찰서는 지난 8일 오전 8시 13분쯤 양산시 덕계동의 한 15층 아파트에서 외벽 공사를 하던 A씨(46)가 의지하고 있던 밧줄(생명줄)을 공업용 커터칼로 끊은 혐의(살인 등)로 입주민 B씨(41·일용직)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A씨는 당시 14층 부근에서 작업 중이었다고 한다. B씨는 외벽공사를 하던 또 다른 근로자 C씨(36)의 밧줄도 끊으려다 미수에 그쳤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의 한 건설업체 소속인 A씨 등 4명은 이날 아파트 외벽 페인트 작업을 하기 전 사전 작업을 하기 위해 각각 밧줄에 매달린 채 아래로 내려갔다. 이 과정에서 A씨와 C씨가 고공 작업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휴대폰을 이용해 음악을 듣고 있었고 B씨가 시끄럽다고 항의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결국 B씨는 가까이 있던 C씨에게 “음악을 꺼라”고 요구했고, C씨는 음악을 껐다. 그러나 좀 멀리 떨어진 A씨는 B씨의 항의를 듣지 못해 계속 음악을 켜고 있었다. 결국 B씨는 옥상에서 A씨의 밧줄은 잘라버렸다. A씨는 14층 높이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B씨는 C씨의 줄은 자르다 말았다. B씨는 범행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으나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폐쇄회로TV(CCTV)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끝에 범인으로 지목돼 이날 긴급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3~4년 전쯤 폭력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았는데 조울증 등의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B씨는 지난해 출소한 뒤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왔는데 사건이 발생한 날 새벽에 인력 사무소에 나갔으나 일거리를 찾지 못해 돌아왔고, 술도 마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경찰에서 “음악소리 때문에 홧김에 밧줄을 끊었는데 죽이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겁을 주려고 했는데 그렇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13일쯤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양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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