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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를 향한 대학생들의 꿈과 열정...그 현장을 읽는다

중앙일보

입력

 5월 26일 강원도 인제의 ‘스피디움’에선 색다른 자동차 경주가 벌어졌다.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 경주였다. 공식 명칭은 ‘자율주행차 경진대회’. 현대차가 주최하는 대학생 자율주행차 대회로 이번이 5회째다. 대학생이 팀을 짜면 현대차가 아반떼를 제공했다. 이를 자율주행차로 개조해 참가하는 방식이다.

5회 자율주행차 경진대회 가보니 #"아깝다..." 경로 이탈하고, 충돌 사고도 #계명대팀이 명문대 제치고 우승

현대차 지능형 안전기술센터 이진우 상무는 “자동차 미래의 키워드는 모든 소비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저가형 자율주행차 개발과 표준형 플랫폼 개발”이라며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우리 자동차 세상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참가자들이 모여 자동차를 점검했다. 외부에 설치한 센서와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검사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팀은 서울대, 카이스트, 계명대, 충북대, 국민대 KIME, 국민대 KUL, 한기대, 아주대, 인천대, 연세대, 성균관대의 11개 팀이다.

경기 방식은 속도와 정확성이다. 2.6㎞ 길이의 랩을 두 바퀴 돈 속도를 측정해 승부를 가린다. 서킷장에서의 돌발 미션을 회피하는 일도 중요하다. 코스 곳곳에는 자율 주행 능력을 테스트하는 장애물도 있다. 자신이 제작한 자율주행차가 이동하는 모습을 학생들은 손에 땀을 쥐며 지켜봤다. 자동차 앞에 갑자기 등장한 장애물을 피해서 가는 자동차를 보며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팀들도 장애물 코스에서 발목을 잡혔다. 국민대 KIME, 국민대 KUL, 연세대, 충북대는 차량 자체 문제와 접촉 사고로 완주에 실패했다.

예선 성적 1위를 기록한 서울대팀은 전날 연습 중 차량에 문제가 발생했다. 결승 시간까지 수리를 마무리 못해 실격 당했다. 대회 마지막 주자로 경기에 출전한 카이스트도 다크호스로 꼽혔다. 빠른 속도와 정교한 움직임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급작스런 오류로 차량이 서킷을 이탈하며 경기를 진행하지 못했다. 안정적인 주행을 선보였던 성균관대도 트랙에서 장애물을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키며 탈락했다.

실격팀이 속출하던 가운데 의외의 팀이 첫 번째 완주를 기록했다. 학부생으로만 구성된 인천대팀이다. 이번이 첫 출전이었다. 리허설 종합성적 1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는데, 결선도 무난히 통과했다. 3분41초468(1랩), 3분44초804(2랩)으로 총 7분26초292, 평균속도 47km/h를 기록했다.

2위는 한기대가 차지했다. 2분24초874(1랩)와 2분20초812(2랩), 총 4분45초686의 랩타임을 기록했다. 한기대는 결승점을 108㎞/h로 통과하며 탁월한 가속능력을 자랑했다.

우승은 대구에서 온 계명대가 차지했다. 계명대 팀은 결승에서 2분13초163(1랩)과 2분14초320(2랩)에 총 4분27초483의 랩 타임을 기록했다. 평균 속도는 69.068㎞/h를 기록했다. 장애물을 산뜻하게 통과하며 2위와 20초 넘는 차이를 보이며 우승했다.

관전자들은 계명대의 주행능력에 놀라워했다. 전날 리허설은 장애물 없이 치뤄졌다. 계명대팀은 본선에서 리허설에 버금가는 속도로 코스를 완주해냈다. 계명대 자율주행 차에선 차위에 있는 라이다(LiDAR)가 눈에 띄었다. 라이다는 장애물을 원거리에서 파악하는 장비다. 다른 팀들은 차량 범퍼위에 설치했는데, 계명대는 차량 위에 달았다. 계명대 관계자는 “거리뿐 아니라 높낮이를 파악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상식은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진지한 경쟁은 이미 지난 일이다. 대학생다운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그리고 짧은 소감 이후엔 서로를 향해 샴페인을 터뜨렸다. 계명대 이인규(27) 팀장은 “교수님의 지도와 헌신적인 팀원들 덕분에 우승이 가능했다”며 “경쟁한 다른 대학 팀원들과도 나중에 사회에서 만나서 자동차를 함께 개발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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