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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후보자... 사형선고 내린 버스 기사에 고개 숙여 사죄

중앙일보

입력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2일차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의사당 245호. 이날 오후 청문회가 속개되기 전 김 후보자가 증인석으로 걸어갔다. 자리에는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배용주(71)씨가 앉아 있었다. 배씨는 1980년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 탄 버스를 운전하다 경찰 저지선을 뚫는 과정에서 경찰 4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김 후보자는 당시 군사재판 담당 판사였다. 배씨는 1995년 5ㆍ18 특별법으로 사면됐다. 그는 37년 만에 자신의 인사청문회장에서 배씨를 만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은 배씨에게 “따님의 인터뷰를 보면 ‘비극 속에 한 가정이 파괴됐지만 직접적인 사과가 없었다’고 했는데 지금도 마음 속에 억울한 부분이 있느냐”고 묻자 배씨는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모든 것을 좋은 쪽으로 넘어갔으면 한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배씨에 대한 판결과 관련,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당시 실정법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청문회 정회 도중 갑자기 증인석을 향해 “전부 어용 교수, 어용 NGO(시민단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참고인은 배씨와 김종철 연세대 교수, 5·18 기념재단 전 상임이사 등 8명이었다.이 의원은 “5ㆍ18 정신과 정면 배치되는 사람이 헌재소장 지명을 받고, (증인들은) 엄중한 자리에 나와서 허튼 얘기나 하려고 앉아있다”며 “(5ㆍ18 때)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회유와 협박을 겁내 못 나오고 이래서 무슨 청문회가 되냐”고 호통을 쳤다. 그러자 증인석에 있던 김 교수가 “말씀 조심하세요. 증언하려고 왔는데 어용이라니”라고 반발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낸 것과 관련, “이석기 일당이 당의 의사결정을 장악하는 정도까지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의 국회 표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민주당(120석)외에 국민의당(40석)이 찬성해야 과반을 확보할 수 있으나 국민의당이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이날 국민의당 비공개의총에서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대신)임명동의안 표결로 국회가 가부를 결정할 수 있는 김이수 후보자를 차라리 낙마시키자"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강 후보자의 경우 야3당이 반대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기 때문에 김 후보자 쪽으로 타겟을 옮겨야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호남출신 김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것도 국민의당으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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