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경찰문화 변화?… 경찰 하위직들 대통령 상대 헌법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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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서울경찰청 소속 송모(39) 경장 등 4명은 헌재로 들어가 "정부가 경공법 재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행복추구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같은 날 오후 2시30분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하위직 경찰의 온라인 모임인 '무궁화클럽'이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면 현장 경험이 부족한 경찰대 출신 간부들이 지휘를 하게 돼 수사에 혼선을 빚는다"며 "차라리 지금처럼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찰 지휘부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무궁화클럽의 이 같은 주장은 경위까지 근속승진토록 하는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보완 입법으로 무산될 위기에 있지만 경찰 수뇌부가 수사권 조정 문제에만 신경을 쏟고 있다는 하위직 경찰들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경찰청은 이날 "경찰관의 집단행동은 위법"이라며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택순 경찰청장은 10일 취임사에서 "이기주의에 매몰돼 조직의 분열을 조장하고 기강을 흩트리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위직 경찰관이 불만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는 4년제 대학 출신 하위직 경찰이 늘면서 자신들의 권익을 찾겠다는 동기가 깔려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 경공법 개정 등의 현안에서 의견을 교환하며 경찰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경찰문화도 무너지고 있다.

동국대 곽대경(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엄격한 위계질서 밑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 더 이상 아니다"며 "탈권위라는 사회적 흐름에 맞춰 심한 진통을 겪는 과정에 있다"고 분석했다.

한남대 이창무(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역사상 이런 모습은 전례가 드물다"며 "공권력이 도전받는 상황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경찰의 뜻은 이해되지만 사회질서 유지라는 경찰 조직의 기본임무를 감안할 때 지휘부의 통제력은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재.권호 기자

◆ 무궁화클럽=지난해 9월 하위직 경찰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모임이다. 전.현직 경찰, 학계, 시민 등 8000여 명의 회원이 있다고 한다.

◆ 경찰공무원법=순경, 경장, 경사의 자동 근속승진 연한을 각각 6, 7, 8년으로 명시한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라 재개정안이 국회 행자위에 15일 상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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