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화폐 덕후’가 만든 박물관 … 고조선시대 돈도 전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40년 동안 모은 옛 화폐들을 모아 박물관을 설립한 사업가가 있다. 충북 진천군 장관리에 진천화폐박물관을 연 김진세(60·사진)씨가 주인공이다. 지난달 12일 개장한 이 박물관은 330㎡ 규모 1층 건물로 5000여 종, 5~6만개의 동전과 지폐가 전시돼 있다. 김씨가 전국을 돌며 모은 것으로 세계 각국의 화폐와 고려·조선시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3차례의 화폐 개혁 전후의 지폐 등이 전시돼 있다. 화폐박물관 입장료는 없다.

진천화폐박물관 김진세 씨 #1975년 구권 지폐 산 후 수집 시작 #북한 등 100개국 화폐 6만점 모아

충남 논산이 고향인 김씨는 1975년 오백원 짜리 지폐 서너장을 산 뒤로 지금까지 화폐 수집에 공을 들였다. 그는 “어릴 적 남대문과 거북선이 그려진 60년대 오백원 짜리 지폐를 만져보는 게 꿈이었다”며 “당시 화폐개혁으로 구권이 돼 버린 오백원 짜리 지폐를 한 장당 1500~2000원을 주고 여러 장 샀다.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지폐를 집에 두면 꼭 부자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돈에 관한 아픈 기억도 있다. 7남 1녀인 김씨 형제는 세 끼 식사를 제대로 못 할 정도로 가난했다. 김씨는 10대 때 서울로 올라가 종이 상자 제작 공장과 육가공 업체 등에서 일했다. 김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에 돈까지 잃어버려 크게 상심했던 일도 지폐 수집에 애착하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박물관에는 2000여년 전 고조선 시대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폐(명도전·明刀錢)에서부터 고려 건원중보·동국중보·삼한통보, 조선 상평통보 등이 전시돼 있다. 일제 강점기에 발행한 화폐와 한국조폐공사에서 발행한 최근 것까지 각종 화폐를 갖추고 있다. 프랑스·영국·중국 등 세계 100여개국의 화폐와 북한의 화폐도 전시돼 있다. 이 화폐들은 김씨가 전국의 골동품점을 돌거나 경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모았다. 김씨는 “관람객들이 동전 한 닢을 보며 옛 추억을 회상하고 즐거움을 공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