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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리협약 탈퇴에 반발, 주중 대사대리 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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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고위 외교관들의 반기가 잇따르고 있다.

오바마 때 협약비준 실무 맡은 랭크 #“양심상 중국에 미국결정 통보 못해” #주영 대사대리도 트럼프에 항의 글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랭크 주중국 미국 대사대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결정에 반발해 최근 사임했다.

랭크 대리는 사임 전 대사관 회의에서 “중국 정부에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 결정을 공식 통보하는 일을 내 양심상 할 수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랭크 대리 측근들은 그가 (자신의 의사와 반하는) 파리협약 탈퇴 결정에 대해 대응할 수 없다는 데 자괴감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랭크 대리는 지난해 9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방중 당시 미·중 양국의 파리협약 공동 비준 실무를 맡았다.

랭크 대리는 1990년부터 27년간 미 국무부에서 직업 외교관으로 근무했고, 지난해 1월 중국 베이징에 부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임 주중 대사로 지명한 테리 브랜스테드 아이와와 주지사가 부임할 때까지 대사 직무를 대신할 예정이었다.

한편 랭크 대리의 사임 하루 전인 4일엔 루이스 루켄스 주영국 미국 대사대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항의성’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루켄스 대리는 대사관 공식 트위터에 “극악한 공격 이후 런던 시장이 보여준 강한 리더십에 찬사를 보낸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7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친 테러 공격에 대해 런던 시장은 불안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며 런던 시장의 테러 불감증을 꼬집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칸 시장의 발언 일부만 발췌해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영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루켄스 대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저항’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엔 다나 셸 스미스 주 카타르 미국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 눈길을 모았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고가 한창 논란이 됐을 때였다. 스미스 대사는 트위터에 “외국에서 고국의 뉴스를 들으며 눈을 뜨는 게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썼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정무 차관을 지낸 니콜라스 번은 “직업 외교관은 특정 당파성을 표출하지 않고 미 대통령을 150% 따른다는 점에서 최근 일련의 외교관 반기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임명된 외교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급격한 정책전환에 힘겨워하고 있다”며 “특히 파리협약 탈퇴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고 전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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