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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서드라이프 시대, 게임은 문화의 미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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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미국의 한 유명 게임디자이너의 말에 따르면 전 세계인들은 일주일에 무려 210억 시간을 게임을 하는 데 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5년도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온라인 게임을 주중 95분, 주말 144분하고, 모바일게임의 경우 주중 87분, 주말 94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은 이제 국민 여가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놀이 문화가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게임 담론은 ‘산업진흥’과 ‘콘텐츠 규제’라는 극단적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게임 기업들은 그동안 게임 시장을 키우는 데만 집중했다. 반대로 정부는 게임 산업의 성장에 따른 과몰입 문제를 규제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진흥과 규제의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있다가 보니, 정작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소홀히 했다.

게임은 창의적인 문화의 보고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사운드, 이미지, 텍스트라는 문화의 중요한 세 가지 요소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융합했다. 게임은 산업과 규제의 대상이기에 앞서 인류가 많든 놀이콘텐츠 중에서 가장 진보적인 문화 테크놀로지이다.

글로벌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게임은 문화의 미래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콘텐츠가 된 지 오래다. 게임은 MIT 미디어 랩, 뉴욕대학교 게임센터, 카네기멜론대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센터(ETC)에서 문화와 기술의 미래를 선도하는 핵심 자원으로 환영받고 있다. 구글의 ‘알파고’, 닌텐도의 ‘포켓몬고’, 페이스북의 ‘좋아요’ 프로그램은 기술의 진화이기에 앞서 놀이문화의 승리이다. 기술은 놀이의 상상력을 앞설 수 없다. 최근 한국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뜨겁지만, 정작 그러한 산업적 변화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담론은 얼마나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할 것인가 하는 ‘기술 결정론’과 얼마나 돈을 많이 벌 것인가 하는 ‘경제 결정론’에만 매몰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가 정작 강조할 점은 미래 사회에서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어떻게 바뀌고, 개인은 어떤 문화를 원하는 가에 대한 창의적인 상상이다.

현실공간과 가상공간, 기술과 경제, 놀이와 상상력이 융합하는 시대의 삶을 필자는 ‘서드라이프’라고 명명하고 싶다. 서드라이프는 물리적 삶과 가상 현실의 삶이 교차하고, 가상 현실이 실제 현실을 안으로 들어와 인간의 오감이 활성화되는 삶을 말한다. 유비쿼터스 정보 기술과 생명공학 혁명에 따라 개인의 신체를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그래서 ‘초감각지능 문화’, 이른바 가상현실 엔터테인먼트와 창의적인 이야기가 가미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가 놀이 문화의 핵심으로 발전할 것이다. 게임의 상상력이 서드라이프 시대를 주도할 것이다. 서드라이프 시대에 게임과 게임적 상상력은 문화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게임은 산업과 기술이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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