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파리협약이 뭐기에…Q&A로 정리한 ‘파리기후변화협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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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ㆍ이하 파리협약)’ 탈퇴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트럼프 파리협약 탈퇴 선언에 전 세계 경악 #미국은 중국에 이어 탄소 배출 2위 국가 #각국 정상들 "미국 없이도 협약 이행" 의지

1일(현지시간) 오후 3시 30분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1일(현지시간) 오후 3시 30분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그 이유가 뭘까.
파리협약이 무엇인지부터 Q&A 형식으로 훑어봤다.

파리협약이 뭐기에.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전세계 195개국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협약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한 첫 번째 협약이란 점에서 그 의의가 컸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탄소 배출이 줄지 않고 지구의 기온이 계속 오른다면 해수면 상승과 더 강력한 태풍, 식량 부족 및 가뭄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 경고했지만 많은 국가가 뜻을 모으기란 쉽지 않았다. 1997년 체결된 기후협약인 교토의정서가 선진국 중심으로만 이뤄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파리협약에 대해 ‘역사적인 순간’ ‘화석시대의 종말’이란 상찬이 쏟아져나온 이유다.

트럼프는 왜 파리협약을 탈퇴했을까.

트럼프는 대선 기간부터 기후변화 자체가 ‘날조’라고 주장하며, 파리협약에서 탈퇴할 것이라 공공연히 밝혀왔다. 내세운 이유는 단순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힘을 쓰면 미국 경제에 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미국 경제’가 아니라 ‘트럼프 지지층인 제조업계 종사자’에 불리하다는 계산에서 트럼프가 협약 탈퇴를 강행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최근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 위기로까지 몰린 그가 국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결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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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환경옹호론자들은 파리협약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오히려 청정 에너지 등 관련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며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탈퇴해도 나머지 국가가 이행하면 되는데, 세계는 왜 경악하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은 전 세계에서 탄소를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국가다. 미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2%에 불과한데 말이다.

현재 미국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다.

미국 내에서 “미국이 파리협약을 이행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필수적”이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언론들은 “미국인들은 지구 온난화가 기정 사실이며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데 압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떠나면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원조를 기대한 개발도상국들이 동요할 수밖에 없다.

파리협약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될 예정이었나.  

가장 큰 목표는 산업 혁명 이전보다 지구의 온도를 2℃ 이상 상승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195개국은 각국의 사정에 맞춰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자율적으로 세운 후, 5년마다 목표를 조금씩 높여 제출하기로 했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패널티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협약의 목표는 ‘꾸준한 외교적 노력으로 함께 나아가자’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비구속 조항이라, 구속력이 높지 않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NYT 보도에 따르면 강제성이 없음에도 수십 개국에서 청정 에너지와 관련한 법을 만들었다.

미국의 경우만 보면, 2025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보다 26~28% 줄이고, 이를 위해 2020년까지 30억 달러를 지원하게 돼있었다. 현재까지 지출된 돈은 10억 달러다.

그렇다면 미국은 언제 탈퇴하나.  

트럼프는 어떤 방식으로 이 협약에서 빠져나오게 될까.

첫 번째는 ‘행정협정’을 파기하는 것이다. 행정부가 체결한 국가 간 협정을 일컫는 행정협정은, 의회 승인없이 자체적으로 파기할 수 있다.

하지만 파리협약에 따르면 미국은, 2019년 11월까지 탈퇴할 수 없다.
NYT은 “사실상 다음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2020년 11월까지 탈퇴하기 힘들 것"이라며 "다음 대선에서 ‘기후변화’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음이 급한 트럼프가 파리협약의 모태가 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자체에서 탈퇴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미 상원의 의결을 거칠 수 있어 트럼프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단순히 비구속조항의 이행을 중단하는 방법도 있다. 환경 관련 예산을 줄이는 식이다. 트럼프는 이미 기준치를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 등에 세금을 물리는 탄소세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이 탈퇴해도?  

패널티는 없다. 애초 구속력이 강한 협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외신들은 “심각한 외교적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유럽 국가들과 중국 등 주요국이 트럼프 정부와 다른 분야에서 협력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실제, 트럼프가 탈퇴 발표를 하자마자 주요국 정상들은 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요국이 미국에 ‘탄소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

파리협약의 미래는.

현재 주요국 지도자들은 미국 없이도 이 협약을 준수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마크롱 트위터]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마크롱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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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NYT는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이 탈퇴하면, 다른 국가들이 엄격했던 기준을 완화할 수 있고, 미국이 약속한 원조를 철회한다면 인도나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배출량 감축 자체를 꺼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히려 다른 나라들이 똘똘 뭉칠 거란 전망도 있다.

이런 긍정적 전망의 배경에는 4년 후 미국 대통령이 바뀔 수 있다는 예측이 있기 때문이다. 미 언론들은 “새 정부가 들어설 수 있단 기대가 생기면, 다른 나라들은 계속해서 협약 이행에 동참하고 미국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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