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효과' 증시가 들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증시에 '소버린 효과'가 퍼지고 있다.

대우종합기계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많이 사들이는 종목에 대해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유럽계 투자회사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의 주가가 떨어진 사이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해 대주주로 떠오르면서 주가가 급등락한 뒤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버린 효과가 더욱 뚜렷해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주식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던 외국인들이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사망 이후 주식을 매집하며 지분율을 11.8%까지 끌어올리자 M&A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도 지난 18일까지 7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했다. 그러나 19일엔 주가가 4% 이상 급락했다.

대우종합기계도 최근 외국계인 CSFB증권사 창구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주문이 몰리면서 비슷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13~18일 외국인들이 사들인 주식은 총 4백60여만주. 이 기간 외국인 지분율은 8.1%에서 10.9%로 뛰었고, 18일 2백만주 가까운 외국인 매수로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19일 주가는 0.5% 하락했다. 대우종합기계는 채권단인 자산관리공사.산업은행이 지분을 57%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주인을 찾아주기 위한 채권단의 지분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사가 CSFB증권이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7일 이후 외국인들이 7일 연속으로 주식을 사면서 주가가 24% 급등해 관심을 모았으나 19일엔 주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종목 역시 자산관리공사.산업은행이 지분을 70% 가까이 갖고 있고, 지분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개선된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고▶최근 외국인들의 관심이 삼성전자 등 블루칩에서 다른 종목으로 확산하면서 소버린 효과가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과장은 "시장이 글로벌화함에 따라 자연스레 예견된 현상"이라며 "M&A가 가능할지는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우호 지분율까지 따져봐야 하지만 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