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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재미 붙인 박성현 “하반기 메이저 대어 낚을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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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성현

박성현

“너무 자주 먹었더니 진짜 좋아하던 라면도 이젠 질렸어요.”

미국 생활 적응해가는 수퍼루키 #볼빅 준우승, LPGA 데뷔 후 최고 #전인지 백 멨던 존스로 캐디 바꿔 #“작년 아쉬웠던 US오픈 기다려져”

올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 데뷔한 수퍼루키 박성현(24·KEB하나은행·사진)의 솔직한 고백이다. 29일 미국 미시건주 트래비스포인트 골프장에서 끝난 LPGA투어 볼빅 챔피언십에서 만난 박성현은 “빵을 좋아하고, 라면은 더 좋아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었더니 라면도 질리더라. 라면을 안 먹은지도 한 달이 넘었다”고 털어놨다.

박성현에게 미국 무대는 여전히 낯설다. 대회 출전 뿐만 아니라 좋은 캐디를 구하는 것도 큰 일이었다. 더구나 언어나 음식 등의 장벽도 넘어야 한다. 그는 볼빅 챔피언십에서 합계 18언더파를 기록, 펑샨샨(중국·19언더파)에 1타 뒤진 준우승을 차지했다. 호주동포 이민지(21)도 합계 18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준우승은 LPGA투어 데뷔 이후 박성현의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40% 정도 밖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올 시즌 9경기에 출전해 4위 안에 네 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그 덕분에 신인왕 포인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 타수 69.31타로 4위,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74.7야드로 2위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무대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박성현으로선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박성현은 “주위 분들은 올해는 LPGA투어 루키 시즌이니깐 지난해 국내 투어 성적은 잊어버리라고 한다. 하지만 생각처럼 잘 안 된다”고 밝혔다.

박성현은 골프에 대해선 누구보다 진지하다. 자신의 골프에 믿음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LPGA투어 출발을 함께 했던 베테랑 캐디 콜린 칸(잉글랜드)과도 7경기만에 결별했다.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박성현은 다음 달 3일부터 열리는 숍라이트 클래식에서는 전인지(23)의 백을 멨던 캐디 데이비드 존스(북아일랜드)와 호흡을 맞춘다.

언어 문제도 숙제로 남아 있다. 새로운 코스에 적응하는 것만도 벅차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하기가 쉽지 않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회장과 숙소만 오가는 지루한 생활을 했던 박성현에게 최근 좋은 취미가 하나 생겼다. 그는 “보트를 빌려서 동료들과 낚시를 갔는데 무척 재밌었다”며 빙긋이 웃었다.

박성현은 LPGA투어에서 아직 우승하지 못했다. 초청선수로 출전했던 2015년과 지난해 각각 한 차례씩 2위에 오른데 이어 이번 대회까지 준우승만 세 차례 거뒀다. 박성현은 “최근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하반기에 큰 대회들이 몰려 있다. 지난해 가장 아쉬웠던 US여자오픈이 가장 기다려진다”고 밝혔다. 박성현은 신인왕 타이틀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신인왕 레이스는 생각했던 대로 잘 되고 있다. 욕심을 버리고 차근차근 전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앤아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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