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송환되는 정유라 31일 인천공항 입국…'정유라 인수팀' 덴마크 파견

중앙일보

입력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가 31일 오후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법무부는 29일 “정씨 송환 작업을 위해 오늘 법무부 검사 1명, 범죄인인도 담당 사무관 1명, 일선 검찰수사관 3명(여성 수사관 1명 포함) 등 ‘인수팀’ 5명이 덴마크로 떠났다”고 말했다.

이대 비리, 은닉재산 등 수사대상.. 최씨 심경 변화 등도 관심사

법무부 등에 따르면 인수팀은 30일 오후(현지시간) 덴마크에서 정씨와 처음 대면한다. 오후 4시 25분 코펜하겐 공항에서 KLM 항공 KL1132편에 탑승해 5시 55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한다. 3시간 25분가량 대기한 뒤 9시 20분에 대한항공 KE926편으로 갈아탄다. 인천국제공항에는 31일 오후 3시 5분(한국시간)에 도착할 예정이다.

최순실(우측)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 [중앙포토]

최순실(우측)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 [중앙포토]

덴마크와 네덜란드 공항에선 사법관할권을 가진 해당국 수사관들이 정씨의 신병을 관리한다. 한국 인수팀은 에스코트하는 형태로 곁을 지키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 신병을 인도받는다. 한국 국적기는 대한민국 영토로 인정돼 법무부의 강제력 행사가 가능하다.

정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23년까지 유효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국적기 탑승 즉시 집행이 가능하지만 집행 후 48시간인 구금시한을 아끼기 위해 공식적 체포 시간을 늦출 가능성이 크다.

정씨는 입국 즉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돼 조사를 받는다. 검찰 포토라인에 설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화여대 비리 및 삼성 지원금 관련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최씨 모녀 은닉재산 추적은 첨단범죄수사1부가 맡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자진귀국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수사당국 입장에서는 강제로 데려오는 범죄인 인도절차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1월부터 덴마크에서 구금 생활을 해온 정씨는 지난주 덴마크 검찰과 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심 재판을 포기해 국내 송환이 확정됐다.

정씨의 변호는 이경재 변호사 등 최씨 변호인단이 맡는다. 이 변호사는 정씨의 송환이 결정된 직후 “본인에게 들어와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게 낫다고 권유해 왔고 본인도 오겠다는 의사가 분명했다”고 말했다.

◇뭘 조사하나=검찰·특검 수사를 통해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삼성그룹의 부당지원 사실 등이 확인된 만큼 이에 대한 수사가 우선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정씨를 상대로 최씨의 해외 은닉재산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미 독일·덴마크 등 정씨가 체류했던 국가와의 사법공조를 통해 자금 흐름을 일부 확인했다. 수사팀은 최씨 모녀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의 사용처를 규명한 뒤, 국내외 추가 은닉재산 추적 및 탈세 여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가 딸 송환 결정 이후 태도에 변화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그 동안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범행을 공모하거나 뇌물 등의 대가로 기업에 대한 특혜를 합의·논의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익명을 원한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과 특검팀은 최순실씨가 정씨에 대한 선처를 바라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재판에서 범행을 시인하는 자세를 보일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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