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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눈’으로 부활한 소니, 이미지 센서로 연 1조원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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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히라이 소니 CEO

히라이 소니 CEO

“올해는 결과를 내는 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44.5% 달해 #센서는 AI 눈, 차세대 뜨는 먹거리 #스마트폰·드론·자동차 등 분야 넓어 #삼성전자·인텔도 참여 확대 나서

요시다 겐이치로(吉田憲一郎) 소니 부사장은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를 소니 ‘부활의 해’로 선언했다. 구마모토 지진과 영화사업 부진 여파로 지난해 실적은 부진했다. 그러나 올해는 5000억 엔(약 5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니의 72년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증권가에서 보는 소니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5070억 엔”이라며 “이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소니가 올해 실적 향상을 장담하는 이유는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이미지 센서’ 시장의 호황 덕분이다. 이미지 센서는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와 함께 소니의 실적을 견인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사용되는 이미지 센서는 사람의 표정 등 피사체의 움직임을 감지해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빛 신호를 전자신호로 바꾸는 기술이다. 미소를 지으면 자동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이미지 센서 기술의 일례다.

소니는 애플 아이폰에 쓰이는 센서를 납품하고 있다. 소니의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4.5%(매출액 기준)에 달한다. 2위인 18%의 삼성전자를 훌쩍 앞서 있다. 소니는 올해 달러당 엔화 환율이 110엔 수준을 이어간다면 이미지 센서 사업에서만 1000억 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

소니는 2013~2014년 실적 악화에 신음했다. 영화·음악 등 콘텐트 사업을 부흥시켜 스마트폰·TV·PC·디지털카메라 등 하드웨어 판매를 늘린다는 중장기 계획인 ‘원 소니’를 전면에 내세웠다가 곤욕을 치렀다. 독자적인 플랫폼 없이 콘텐트 부문을 성공시키기는 어려웠다. TV 등 하드웨어 분야는 한국·중국 등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미지 센서가 효자 사업으로 성장하면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소니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에 주목했다. 2015년 증시에서 공모로 조달한 4000억 엔 대부분을 이미지 센서에 투자했다. 사람처럼 냄새를 맡거나 촉각을 느끼지 못하는 AI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려면 높은 수준의 센서 기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소니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회로 기술 연구에 집중해 왔다.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날로 중요해지는 이미지 센서 사업을 어떻게 확대하느냐가 과제”라며 “디지털 이미징 외에 공장 자동화와 자동차용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세계적으로 홍채·지문 인식, 미세먼지 감지 등 다양한 센서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 옴론은 자동차 운전자의 집중력을 판단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경우 한 대당 30개 이상의 센서가 필요해 수요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소니의 주가가 주당 4000엔을 돌파하며 시가총액이 5조 엔대로 치솟은 것도 센서 기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소니와 매출이 비슷한 미쓰비시·파나소닉의 시가총액은 3조 엔대다.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1위인 인텔도 올해 차량용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약 17조원)에 인수하는 등 센서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도 시스템LSI 사업부를 중심으로 이미지 센서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센서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7일 콘퍼런스콜에서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 11라인 일부를 이미지 센서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제외한 한국 기업은 센서 산업에서 한 발 뒤처져 있다. 자동문을 열고 닫거나 온도를 재는 등의 단순한 센서 기술이 전부다. 입체 공간을 인식하거나 사물의 미세한 움직임을 파악하는 고급 기술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고급 센서 기술을 확보하려면 비메모리 반도체의 칩셋·모듈 기술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 다양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연산이 필요해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센서 기업이 영세해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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