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형’ 빠진 외교안보 라인, 북핵·미국통 후속인선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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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기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인사 발표가 속속 나오면서 “시급한 현재의 안보위기 상황을 돌파할 ‘실전형’ 후속 인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용·강경화, 통상·다자외교 전문 #사드·비핵화 등 현안 다룬 경험 없어 #“안보엔 연습 없는데” 우려 목소리 #“통일·국방부 장차관, 4강 대사 등 #현안 바로 대응할 인사 포진시켜야”

25일 현재 짜인 외교안보 진용은 통상 전문 외교관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유엔 다자외교 전문가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남북 군사회담 전문가인 이상철 안보실 1차장(예비역 육군 준장), 문재인 캠프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교수 출신 김기정 2차장(연세대 정외과) 등이다.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엔 부각되지 않았던 인사들로, 그간 북한 핵 문제나 한·미 동맹 관련 이슈를 주로 다뤄 온 이들은 현재로선 배제돼 있다.

정 국가안보실장과 강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외교부 내외에서 통상과 인권 등에 특화된 다자외교 분야 전문가들이다. 북핵과 미사일 위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 당면한 핵심 외교안보 현안을 직접 다뤄 본 경험이 거의 없다.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 역시 손꼽히는 군 내 남북 군사회담 전문가지만 전문성을 요하는 회담 업무의 특성상 폭넓은 국방개혁과 한·미 동맹 이슈, 외교 현장에서의 북핵 문제는 다뤄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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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날 새벽 귀국한 강경화 장관 후보자는 공항에서부터 오후 사무실에 출근할 때까지 ‘4강 외교와 북핵 문제를 직접 다룬 적이 없는 건 약점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강 후보자는 유엔에서의 북핵 논의 현장 경험과 대통령(김대중) 통역 당시 ‘관찰’ 경험을 들며 방어해야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중국의 사드 보복 등에 대해선 “좀 더 사안을 많이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만 답했다. 물론 강 장관 후보자가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장관은 “외교안보에는 연습이 없다”며 “특히 현 상황이 시행착오를 용납하지 않을 만큼 위중하다는 점에서 과연 단기간의 학습을 거쳐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특히 이들 간의 팀워크가 제대로 작동할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후속 외교안보 라인 인사에서는 핵심 현안에 대한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을 발탁해 제대로 된 보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외교안보 라인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둔 남북 관계와 대미·대중·대일 관계에 직접적인 경험을 가진 인사가 없다는 걱정이 분명히 있다”며 “남은 장차관급 인사에서 이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남은 외교안보 라인 인사는 통일부 장차관, 국방부 장차관, 외교부 1·2차관, 미·중·일·러 4강(强) 대사 인사 등이다. 새 정부는 장차관 인사에 전문성과 개혁성을 감안한 일종의 ‘교차 인사’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장관에 전문성을 갖춘 내부 인사가 발탁될 경우 차관은 개혁적인 외부 인사를 임명하거나, 또는 그 반대로 인사를 하는 방식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 외에 외교안보 분야의 경우 곧바로 핵심 현안 대응에 투입할 수 있는 인사들을 적절히 포진시키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 공약인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최전선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주미대사 인선이 특히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전직 장관급 인사는 “새 정부 초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배치 반대론이 부각되거나 하면 한·미 동맹은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며 “미측도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궁 교수는 “주중대사나 특히 주미대사엔 정치적·외교적 무게감과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신뢰를 줄 수 있고 미국 내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인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세현·유지혜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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