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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기 깨끗" 찬양한 中유학생 “조국에 사과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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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 양수핑이 지난 주 졸업생 대표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 양수핑이 지난 주 졸업생 대표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미국의 신선한 공기와 자유를 선망한 중국 유학생과 중국 국기를 본뜬 드레스를 입고 칸 영화제에 참석한 여배우가 중국 민족주의 열풍에 굴복해 사과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신선한 공기, 언론자유 찬양한 메릴랜드대 졸업생 #“중국 욕보였다” 네티즌 비난에 웨이보 사과글 #환구시보 “사람 등한시하는 미국 문화 천박성” #오성홍기 드레스 입고 칸 참가한 여배우도 #“현행 국기법 위반” 비난에 “용서 바란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졸업생 대표로 선정돼 졸업사를 했던 중국인 유학생 양수핑(楊舒平)은 22일 자신의 웨이보(微薄·중국판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렸다.
“저는 조국과 고향을 깊이 사랑합니다. 국가의 번영과 발전에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연설은 자신의 유학 체험을 나눈 것뿐입니다. 국가와 고향을 부정적으로 깎아내릴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깊이 사과합니다. 진심으로 용서를 바랍니다.”

양수핑은 지난 21일 졸업사에서 사람들이 왜 미국으로 유학 왔냐고 물으며 항상 ‘깨끗한 공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외출할 때 항상 마스크를 써야 했다. 하지만 덜레스 공항에 내리면서 마스크를 모두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깨끗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그것은 언론 자유, 즉 민족주의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유는 산소·열정·사랑이라며 연설을 마쳤다.

미국 메릴랜드대 졸업생인 중국 유학생 양수핑이 자신의 졸업연설에 비난이 쇄도하자 자신의 웨이보에 사과문을 올리고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사진=양수핑 웨이신 캡처]

미국 메릴랜드대 졸업생인 중국 유학생 양수핑이 자신의 졸업연설에 비난이 쇄도하자 자신의 웨이보에 사과문을 올리고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사진=양수핑 웨이신 캡처]

중국인 유학생 양수핑의 졸업 연설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자 메릴랜드 대학이 양수핑의 연설에 지지를 표명한 성명. [메릴랜드대 캡처]

중국인 유학생 양수핑의 졸업 연설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자 메릴랜드 대학이 양수핑의 연설에 지지를 표명한 성명. [메릴랜드대 캡처]

양수핑의 연설 동영상이 중국 인터넷에 퍼지면서 네티즌의 비난이 쇄도했다. 한 네티즌은 “네가 국제무대에서 가슴 펴고 당당하도록 조국이 이렇게 노력하는데 도리어 네가 무릎을 꿇었다”며 비난했다. 그가 조국을 무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을 욕보였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중국 SNS에서 유명한 여배우 쉬다바오(徐大寶)는 지난주 칸 영화제에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로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을 밟았다가 네티즌의 공격을 받았다. 애국심을 표현하려던 쉬다바오의 노력은 생각지 못한 비난을 불러왔다. 현행 ‘중화인민공화국 국기법’ 19조의 “공공장소에서 고의로 소각, 훼손, 오염, 밟는 등의 방식으로 중화인민공화국 국기를 모욕할 경우 법에 따라 형사 책임을 추궁한다"와 18조의 “국기와 그 도안은 상표나 광고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네티즌이 현행법 위반을 지적하면서다. 일부 네티즌은 그녀가 외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국기를 입었다며 비난했다.

중국 여배우 쉬다바오(徐大寶)가 올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 오성홍기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쉬다바오 웨이신]

중국 여배우 쉬다바오(徐大寶)가 올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 오성홍기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쉬다바오 웨이신]

중국 여배우 쉬다바오(徐大寶)가 올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 오성홍기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쉬다바오 웨이신]

중국 여배우 쉬다바오(徐大寶)가 올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 오성홍기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쉬다바오 웨이신]

중국 여배우 쉬다바오(徐大寶)가 올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 오성홍기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쉬다바오 웨이신]

중국 여배우 쉬다바오(徐大寶)가 올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 오성홍기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쉬다바오 웨이신]

쉬다바오 역시 네티즌에 백기를 들고 사과문을 올렸다. 18일 자신의 웨이보에 “중국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세계로 나아가는 정책에 호응하려던 의도였다“며 “국기를 욕보이려던 생각은 전혀 없었다. 만일 있었다면 용서를 바라며 사과한다”고 밝혔다.
SCMP는 “중국인들은 어려서부터 국기의 색깔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우기 위해 인민해방군 전사들이 흘린 피를 상징한다고 배운다”며 “많은 디자이너들이 국기나 휘장과 같은 ‘민감한 요소’는 자신의 작품에 사용을 꺼린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시상식에 게양된 오성홍기의 별 디자인이 잘못되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중국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바 있다.

양수칭 고향 쿤밍선 "우리 공기도 신선 달콤"

양수칭의 연설은 미·중 간 입씨름으로 비화됐다. 먼저 그의 고향인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 정부가 공식 SNS를 통해 반박 주장을 폈다.“5월8일까지 올해 쿤밍시 공기질이 좋은 날 비율이 100%였다. 쿤밍의 공기 역시 ‘신선하고 달콤하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은 22일 “양수핑이 관점과 독특한 견해를 나눌 수 있는 권리를 자랑스럽게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고 양수핑을 지지했다.

그러자 중국 국수주의 관점으로 유명한 환구시보 편집인인 후시진(胡錫進)은 24일 “메릴랜드 대학 교수진이 결함을 드러냈다”는 제목의 평론을 내고 매릴랜드 대학을 비난하는 대열에 섰다. 후시진은 “양수핑에게 연설하게 한 메릴랜드 대학의 조치는 엄중히 부당했다”며 “이는 미국 문화가 확실히 사람을 등한시하는 천박한 점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 논쟁은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도 거론됐다. 루캉(陸慷) 대변인은 24일 이번 사건에 중국 대사관이 관여했으며 해외 유학생을 상대로 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냐는 질문에 “해당 학생이 이미 조국을 사랑하며 고국에 돌아와 공헌하길 바란다며 사과했다”며 “많은 유학생이 자신의 관점이 발전, 변화의 과정을 겪지만 최종적으로 조국을 사랑하게 된다”고 답변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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