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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된 김수현의 분양가 규제 대못 '상한제'...다시 날 세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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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주택시장에 박은 ‘대못’ 중 부러져 반쪽이 된 게 분양가상한제다. 한때 용도 폐기될 제도로 꼽혔으나 지난해 이후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③분양가상한제 #처음엔 부작용 우려로 도입 주저하다 #외환위기 이후 6년만에 상한제 부활 #금융위기 이후 폐지 위기에서 공공택지만 적용 #분양가 오르며 간접적 우회 규제 #"선별적 맞춤형 제도화 과제"

상한제는 국내 아파트만큼 긴 역사를 갖고 있다. 40년 전인 1977년 처음 도입됐다. 용어(원가 연동제 등)와 세부 기준 등은 정부에 따라 달라졌지만 새로 분양되는 주택의 가격(분양가)을 제한하려는 목적은 같았다. 비싼 분양가가 기존 집값을 자극해 주택시장 불안을 가중한다는 판단에서다.

김 수석의 분양가상한제는 말 그대로 분양가에 상한선을 둬 제한하는 것이다.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 이하에서 분양가를 책정하는 제도다. 주변 시세와 상관없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변 시세에 ‘거품’이 끼었다고 보고 땅과 건물의 실제 가치만큼만 받으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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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공급위축 우려해 주저 

김 수석은 처음에 분양가를 규제하는 데 주저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선 그 해(2003년) 10월 29일 발표된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의 분양가 대책은 국세청을 통해 주택 공급자로 가격을 정하는 주택건설업체를 압박하는 수준이었다. 자치단체에서 분양가를 분석해 고분양가 업체를 국세청에 통보하고, 국세청은 세무조사 칼을 대는 식이었다. 업체들의 자율적인 분양가 자율조정을 기대했다.

당시 대책 발표 때 정부는 “분양가 직·간접 규제는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높게 형성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 당첨자에게 시세차익을 주게 되고 투기과열 및 공급위축으로 이어져 또다시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될 수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분양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상한제에 손을 댔다.

김 수석은 대통령비서실 국정과제비서관(2003년 5월~2005년 6월)으로 있던 2005년 3월 외환위기 이후 1999년 없어졌던 분양가 상한제를 6면 만에 재도입했다.

공공택지 중소형에서 모든 주택으로 확대  

처음엔 택지지구신도시 등 공공택지 내 전용 85㎡를 대상으로 했다가 이후 확대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분양을 앞둔 2006년 2월 공공택지 내 모든 주택에 적용됐고, 환경부 차관으로 떠나던 2007년 9월엔 민간택지도 포함됐다.

분양가상한제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게 분양권 전매제한이다. 상한제로 가격이 내려가면서 그만큼 커지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한때 최장 10년까지 전매가 제한됐다.

분양가상한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 줄곧 정부 주택정책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는 시장 과열기에 고분양가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돼 분양가 상승 억제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두었으나,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도 획일적으로 적용돼 공급 위축, 품질 저하, 다양한 주거수요 충족 곤란 등 부작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연평균 분양물량이 상한제 전면 도입 전 2003~2007년 29만가구에서 도입 후인 2008~2011년 24만가구로 17.2% 줄었다.

그런데 이 분석은 결함이 있다. 2008년 이후 분양물량 감소는 상한제 영향보단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시장 침체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논란을 거쳐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던 2015년 4월 공공주택에만 남고 민간택지에선 ‘원칙적’으로 폐지됐다.

청약과열지역에 사실상 상한제 부활 

그러다 지난해 이후 분양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상한제가 얼굴을 바꿔 다시 등장했다. 분양보증업무를 맡고 있는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보증 권한을 내세워 지난 4월부터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시행했다.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과천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이나 ‘우려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에서 분양가 상승을 10% 이내로 제한키로 했다.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으면 업체는 자치단체의 분양승인을 받을 수 없어 분양하지 못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3대책을 통해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와 상한제가 없어진 민간택지에서 청약과열을 빚는 지역에 대해 전매제한을 최장 입주 때까지 강화했다.

이들 조치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국회 통과 등 절차가 복잡한 관련 법 개정을 피해 정부가 서둘러 취한 임시방편이었다. 정부는 올 상반기 전매제한 강화를 지방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주택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대선과 맞물려 미뤘다. 김 수석의 숙제로 넘어온 셈이다.

분양가와 전매 제한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해지면서 과거 주택시장을 규제했던 투기과열지구 등과 같은 ‘그물망’도 다시 쓰임새를 찾을 지 주목된다.

지금도 분양가 상승 압력은 빠지지 않았고 국지적이나마 청약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분양가 문제 등이 광범위했던 10년 전과 달리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선별적 맞춤형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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