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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킹핀을 제거하라...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일문일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그의 과거 발언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가장 많이 인구에 회자되는 건 ‘킹핀제거론’이다. 킹핀은 볼링핀 중 1,3번핀의 뒤에 숨어있는 5번핀을 지칭하는 용어다. 김 후보자는 지난 21일의 기자간담회, 3월에 있었던 기획재정부 간부 대상 강연 등에서 이 킹핀제거론을 설파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볼링핀이 10개 있는데 맨 앞의 1번핀을 보고 공을 굴리면 스트라이크가 되지 않고 스페어 핀들이 남는다. 숨어 있는 5번 핀을 제대로 공략하면 10개의 핀들을 모두 쓰러뜨려 스트라이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5번핀을 킹핀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0개의 핀들이 각각 사회문제들을 상징한다고 가정했다. 1번핀을 저성장, 2번핀을 청년실업, 3번핀을 저출산으로 가정하고는 이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킹핀을 먼저 공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1번핀 즉, 저성장을 해결하면 나머지 문제가 모두 해결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사회보상체계 개선하고 계층이동 사다리 재건해야 # 향후 경제정책 방향 관련해 주목

그가 지목한 현재의 킹핀은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의 개선이었다. 김 후보자는 “사회보상체계는 누가 더 가져가고 덜 가져가느냐의 문제다. 과거에는 대기업,공기업에 취업하면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고, 다들 이 곳에 가려고 경쟁하느라 대학 입시와 취업 문제가 나타났다. 앞으로도 이런 길로 가는 데 대해 보상을 주는 게 맞느냐하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승자 독식의 구조를 부수고, 보상체계를 흐트러뜨린 뒤 재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가 소수에 집중돼 있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단절되면서 사회 다수의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이러한 사회 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킹핀으로 제시한 것이 거버넌스다. 의사결정 구조를 의미하는 거버넌스 역시 사회보상체계와 마찬가지로 소수의 엘리트가 과점하면 안 된다는 게 김 후보자의 지론이다. 전날 아주대 특강에서 “교육이 부와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킹핀 제거론은 향후 김 후보자의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전망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한편 김 후보자는 23일 청문회 준비 및 기재부 업무보고 사무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해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나섰다.

다음은 지난 21일 김 후보자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새 경제팀이 단기적ㆍ중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론 우선 대내외 위기관리, 그다음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여러 조치를 해야 한다. 사람 중심의 일자리, 소득 중심의 성장을 생각하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체질과 구조 개선에 신경 쓰려고 한다.”

예산 분야에서 경제수장이 나온 것이 드물다. 경제수장으로서의 강점은 무엇인가.  

“그런 분류에 동의하지 않는다. 많은 선배 부총리, 경제수장들도 여러 가지를 섭렵하신 분이다. 저도 예산통이라고 하실 수 있지만 경제기획국ㆍ전략기획국장하면서 우리 경제의 거시적인 측면을 오히려 예산보다 오랜 기간 조사했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할 때 거시ㆍ미시ㆍ산업ㆍ금융ㆍ세제ㆍ국제금융 다 접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 부처, 기관 일을 종합적으로 보고 조율하는 일을 제가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5월 초에 출판한 책 ‘있는 자리 흩트리기’에서 킹핀을 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경제문제에서 킹핀이 무엇이라고 보나.  

“책은 3년 정도 준비해 5월 초에 발간했다. 그 책은 경제현안과 아무 관련 없다. 제가 3년 7개월 전에 큰아들을 잃었는데 큰아들이 굉장히 힘든 시기에 있을 때 투병 의지를 살리기 위해서 아빠하고 책을 같이 써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쓴 것이다. 큰 애가 세상을 뜨고 대학 총장으로 가서 많은 젊은이를 만나면서 큰 애와 쓴다면 어떤 내용으로 썼을까 생각해서 썼다. 큰 애 생일인 5월 5일 출간했다. 책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다른 각도에서 쓴 책이다. 킹핀은 볼링에서 하나를 치면 10개를 모두 쓰러뜨릴 가능성이 큰 5번 핀을 의미한다. 저는 킹핀 이슈로서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 문제를 얘기했다. 과거에는 좋은 학교 나오고 대기업, 공공기관 취업하고 하면 많은 보상 받았다. 그래서 너도나도 그 길을 가려고 해서 교육제도, 취업문제 이런 것들이 지금처럼 나타났다. 앞으로도 그런 쪽에 보상을 더 해줘야 하는지 하나 하는 문제다.”

대통령이 10조원 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국회 대응을 어떻게 할 계획인가.  

 -“우선 추경은 지금 단계에서 해야 할 상황이다. 학교에서 졸업생 취업 관계를 보면 취업 못 한 학생들이 일부 있고 자기가 일하고 싶은 분야에 가지 못하는 취업 형태도 많이 봤다. 청년 실업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또 하나는 경제 전체적으로 거시지표들이 일부 좋은 사인을 보내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짚어봐야 한다. 추경 규모에 대한 얘기는 제가 지금 말씀드릴 계제는 아니다. 세수 사정, 세계잉여금, 할 일의 내용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몇몇 국회 분과 통화했는데 추경 내용을 잘 만들어서 여러 당과 협의를 잘하려고 한다. 기재부 간부들과도 상견례를 했는데, 제가 추경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추경의 내용이라고 얘기했다. 실제 효과가 나오게 하는,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연하자면 오늘 간부 상견례에서 두 가지 당부했는데 다른 하나는 현재 유일호 부총리 보좌에 한치도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중ㆍ일과의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고 보나. 대외 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할 계획인가.  

“국제금융안전망에서 통화스와프가 유일한 장치는 아니지만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도 가능하면 최대한 연장해서 국제금융안전망을 공고히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통화스와프는 양국 간의 경제문제뿐만이 아니다. 외교당국과 같이 협의하겠다.”  

확장적 재정정책, 특히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는 향후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우선 현재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은 타당해 보인다. 지금처럼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실업도 계속해서 문제가 된다면 결국 노동력의 질 저하 등으로 이어져 경제의 성장 잠재력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제대로 된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자리 추경이라면 과거 공공근로 같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고 우리 경제활력을 지속해서 불어넣을 수 있고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내실 있는 재정정책을 같이 해야 한다”

증세에 대한 입장은.  

“우선 실효세율을 높일 방안을 봐야 한다. 예컨대 조세감면 혜택을 다시 보고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본다든지 세정 측면에서 먼저 찾아보는 것이 먼저다. 법인세 증세 문제는 여러 재원과 실효세율 방안을 검토한 뒤 아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재정개혁을 통한 재원 마련은 이전 정부에서도 주장했는데 실제로 가능한가.  

“세출 구조조정에서는 정부가 나갈 방향에 맞춰서 기회비용을 잘 따지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기존에 혜택을 보는 일종의 기득권과 조화롭게 조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박근혜 정부 때 중책을 맡았는데 그때와 연속성 있는 정책이 있나. 새 정부 들어 그때와 달라진 기조는 무엇인가.

“박근혜 정부에서 사의를 표하고 나온 지가 2년 10개월 정도 됐다. 그 후에는 학교에 충실해 자세한 정보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 새 정부는 사람 중심의 일자리, 소득 주도의 성장이라는 면에서 과거 정부와 상당히 차별화돼있다.”  

J노믹스를 두고 대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하면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는데.  

“그 부분에서는 견해를 조금 달리한다. 생산성은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람 문제다. 사람이 어떤 사고와 행태를 할 때 주는 보상이 얼마만큼 정당하고 합리적이냐가 사회보상체계다.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산성은 사람 중심의 성장이나 일자리에서 나오지 않나 생각한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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