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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전교조 합법화, 대법원 판단에 맡겨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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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재합법화 여부가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작성한 ‘신정부의 국정 환경과 국정 운영 방향’이란 보고서엔 ‘촛불 개혁 10대 과제’ 중 하나로 ‘교원노조 재합법화 선언’이 담겼다. 새 정부가 ‘법외노조’라는 행정통보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합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한다. 어제 청와대는 "전교조 합법화 문제는 논의하거나 협의한 바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자 인정’ 등 보고서에 제시된 과제가 일부 실행되고 있음을 볼 때 추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하겠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조치는 논쟁의 소지가 있다.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 이후 해직 교사도 포함된 상태에서 줄곧 합법 노조로 활동해 오다 2013년 10월 박근혜 정권에서 갑자기 법외노조가 됐다.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둔 전교조 규약을 문제 삼았다. 전교조가 헌법상 단결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으로 맞섰으나 1심과 항소심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헌법재판소까지 갔으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이 헌재 소장에 지명된 김이수 재판관이었다. 그는 "해직자들이 포함된다고 교원노조가 정치화되거나 교육의 공공성이 저해될 위험이 없다"고 했다. 이는 전교조가 법외노조 철회를 주장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재합법화 여부는 민감한 사안이다. 새로운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낳을 수 있다. 법의 안정성 측면에서 우선 살펴야 한다. 1, 2심까지 거친 사안을 정당한 명분과 당위성도 없이 법 절차를 중단하고 행정명령으로 구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행정조치가 법 위에 군림할 순 없다.

전교조의 재합법화 여부를 마냥 미룰 수도 없다.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춤추는 교육 현장의 혼란도 끝내야 한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르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주요 사건이 대법원에만 가면 함흥차사가 된다. 서울고법에서 2심 판결이 나온 게 2016년 1월이었다.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대법원은 뭘 했는지 묻고 싶다. 대법원의 신속한 결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