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8분 만에 북 미사일 보고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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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북한이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종류가 확인되지 않은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건 오후 4시59분쯤이었다.

양산 사저서 휴가중 NSC 소집 지시 #61분 만에 안보실장 주재 회의 열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새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을 실질적으로 이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인선을 발표하고 오후 1시 쯤 청와대를 떠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으로 떠났다.

대선 기간 내내 쉬지 못한 피로를 풀고 정국 구상을 위해 이튿날(22일) 하루 휴가를 낸다는 소식도 알렸다. 그런 미묘한 시간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자 청와대는 바로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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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의 선영을 참배한 뒤 사저에서 휴식을 취하던 문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뒤 8분 만인 오후 5시7분 정 실장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소집하라”고 정 실장에게 바로 지시했고, 이에 따라 북한 도발 1시간1분 만인 이날 오후 6시에 청와대에서 정 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 회의가 열렸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오후 6시27분까지 NSC 회의 결과를 포함해 모두 다섯 차례의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합동참모본부에는 “북한의 이상 징후 여부를 확인하라”라고 지시했고, 정 실장에게는 “NSC 상임위 차원에서 확고히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청와대의 대응 과정을 분 단위로 상세히 알렸다. 일각에선 “휴가를 낸 문 대통령이 다시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계획대로 문 대통령은 22일 휴가를 보낸 뒤 23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개최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서둘러 서울로 돌아올 경우 국민에게 괜한 불안감만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군 당국은 북한 도발의 원인 분석에 힘을 쏟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홍석현 미국특사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정권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믿어보라”는 말까지 했다.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대화 개시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나흘 만에 북한은 이 같은 제의를 일축했다.

군 당국은 일단 북한이 자신들이 세운 미사일 개발 계획 일정에 따라 미사일을 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지난 14일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관계자들을 불러 잔치를 열었기 때문에 당분간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미사일을 쏜 건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자신들이 보유한 미사일 능력을 최대한 보여줘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정용수·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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