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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연승으로 결승 가자 … 승·승 이끄는 주문 ‘SW’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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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일 기니전에서 백승호(아래)가 감각적인 로빙슛으로 세번째 골을 넣자 기뻐하는 이승우. 왼쪽 머리에 새긴 ‘SW’란 글자가 선명하다. [전주=뉴시스]

20일 기니전에서 백승호(아래)가 감각적인 로빙슛으로 세번째 골을 넣자 기뻐하는 이승우. 왼쪽 머리에 새긴 ‘SW’란 글자가 선명하다. [전주=뉴시스]

‘SW’.

‘바르샤 듀오’ 활약 기니전 3-0 대승 #메시 연상시키는 승우, 불 같은 성격 #네이마르 닮은 승호, 판단력 냉철 #신태용 감독 조율에 ‘완전체’ 진화 #내일 오후 8시 아르헨과 2차전 #전문가 “폰세·콜롬바토 막아야”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옆머리에 오렌지빛 헤어스크래치로 새긴 글자다. 훈련 때는 헤어밴드를 착용해 꽁꽁 감춰뒀다가 개막전에서 공개한 것이다. 이승우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기니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 글자를 깜짝 공개했다.

이승우는 전반 36분 순간적인 돌파 후 오른발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렸고, 후반 36분엔 침투패스로 어시스트까지 올렸다. 이승우는 3-0 승리를 이끈 뒤 “SW는 내 이름의 영문 이니셜이기도 하지만 6연승(Six Wins in a row)을 거둔 뒤 수원(Suwon)에서 열리는 결승까지 가겠다는 중의적인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른쪽 날개 공격수 백승호(20·바르셀로나B)는 기니와의 개막전에서 후반 41분 우아한 로빙슛으로 쐐기골을 터트렸다. 그리곤 손으로 유니폼 왼 팔에 새겨진 태극기를 가리켰다. 당돌한 ‘바르셀로나 듀오’의 활약 덕분에 한국 축구팬들은 모처럼 크게 웃었다. 이승우와 백승호는 기니와 경기에서 2골·1도움을 합작하며 한국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옆머리에 헤어스크레치로 SW를 새긴 이승우. 전주=김민규 기자

옆머리에 헤어스크레치로 SW를 새긴 이승우. 전주=김민규 기자

이승우와 백승호는 한국 축구의 ‘돌연변이’로 불린다. 손흥민(25·토트넘)처럼 어릴 시절 외국으로 건너가 선진 축구를 익혔다. 다른 한국 선수들과 달리 자유분방한 환경속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이승우는 13세이던 2011년 스페인 명문팀 바르셀로나에 입단했다. 아시아에서 건너온 꼬마에게 동료들은 패스를 하지 않았다. 이승우는 “‘치노(chino·동양인을 얕잡아 부르는 말)’라고 놀린 아프리카 선수와 주먹질을 하며 싸운 적도 있다. 스페인으로 가족들을 데려오기 위해 이를 악물고 축구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백승호는 14세이던 2010년 바르셀로나 유스팀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1m48㎝에 불과했던 백승호의 신장은 현재 1m82㎝다. 백승호는 “몸싸움에서 밀리면 너무 분했다. 몸을 키우기 위해 우유를 틈나는 대로 먹었고, 하루에 네 차례씩 독하게 훈련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30·아르헨티나)와 흡사하다. 메시(1m69㎝)처럼 단신이지만 가속도가 붙으면 막을 수 없는 드리블을 자랑한다. 만주 디알로 기니 감독은 “이승우는 그라운드 30m 반경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극찬했다.

태극기를 가르키는 세리머니를 하는 백승호. 전주=김민규 기자

태극기를 가르키는 세리머니를 하는 백승호. 전주=김민규 기자

백승호는 바르셀로나 공격수 네이마르(25·브라질)를 연상시킨다. 정지된 상태에서 화려한 발재간으로 상대를 제친다. 이승우가 직선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면, 백승호는 상하좌우로 움직인다.

성격도 정반대다. 이승우는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으면 광고판을 걷어차기도 한다. 반면 백승호는 쉽게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플레이를 펼친다. 백승호는 기니전 승리 후 “오늘까지만 행복하겠다. 내일부터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둘은 상호보완을 통해 ‘완전체’로 진화 중이다. 신태용(47) 대표팀 감독은 상반된 두 선수가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다.

‘승-승 듀오’는 이제 아르헨티나를 겨냥한다. 한국은 23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벌인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일 1차전에서 잉글랜드에 0-3으로 졌다. 스코어만 보면 완패지만 남미 특유의 개인기와 점유율 축구가 돋보였다. 수퍼스타는 없지만 대회 최다 우승팀(6회)이 아르헨티나다. 신태용 감독은 “아르헨티나의 경기 내용이 좋았다. 방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의 선굵은 축구에 당했다. 측면 크로스에 약점을 보였고, 수비 뒷공간이 쉽게 뚫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아르헨티나는 사생결단 공격으로 나설 것이다. 남미 예선 득점왕(5골)인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라싱)이 잉글랜드전에서 비디오판독 시스템으로 레드카드를 받아 결장한다. 하지만 위력적인 공격수 에세키엘 폰세(그라나다)가 있고, 산티아고 콜롬바토(트라파니)의 왼발킥도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이승우는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남미 최강팀이다. 분명 거칠게 나올 것이다. 우리도 강하게 맞받아 치겠다”고 말했다.

전주=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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