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거물 매케인 군사위원장 "사드 비용 우리가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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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특사로 워싱턴을 찾은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에게 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의 배치 비용은 미국이 낸다는 원칙을 알렸다. 매케인 위원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장실를 찾은 홍 특사에게 “사드 돈은 우리가 낸다”고 밝혔다고 홍 특사가 전했다. 홍 특사는 20일 미국 출국을 앞두고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매케인 위원장이 확실하게 그 얘기를 했다”며 이같이 알렸다.

홍석현 특사가 19일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을 만나 새 정부의 한ㆍ미동맹 중시 방침을 알리고 있다. 채병건 특파원

사드 배치 비용은 당초 한ㆍ미 합의에 따라 미국이 부담키로 돼 있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뒤 양국 관계의 뇌관으로 불거진 상태다. 매케인 위원장이 밝힌 미국 부담 원칙이 트럼프 행정부와 조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화당내 정통 보수는 사드 비용 문제로 한ㆍ미동맹이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사드 비용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공화당의 대선 후보였던 매케인 위원장은 미국 의회의 거물이다.

홍석현 특사 "매케인, 사드 비용 확실히 얘기" #기존 한ㆍ미간 합의 재확인. 의회내 동맹 중시 확인 #특사단, 행정부ㆍ의회ㆍ싱크탱크ㆍ언론계 전방위 접촉 #한ㆍ미 정상회담 성공 위한 기반 마련 평가

홍 특사가 20일 버지니아주 덜레스 공항에서 취재진에 특사 외교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채병건 특파원

매케인 위원장은 홍 특사에게 “한ㆍ미동맹이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가 잘 알고 있고 같이 잘하자”며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홍 특사도 한ㆍ미동맹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특사는 “사드 문제는 중국을 어떻게 설득을 해나가고, 중국의 체면도 살려야 한다”며 “한ㆍ미가 잘 협의해 중국과 공동 대처를 하면서 중국이 잘 빠져나올 수 있도록 방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홍 특사는 특사단의 성과로 “앞으로 대통령 방문에 대한 준비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공동 입장을 만들어 나가는데 필요한 여러 정보와 느낌을 가지고 간다”고 설명했다. 홍 특사는 그러나 향후 역할에 대해선 “나야 이걸로 끝났다”며 “밖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직책을 맡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홍석현 특사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기념 촬영했다. 왼쪽부터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홍 특사, 트럼프 대통령, 안호영 주미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백악관 제공]

홍 특사는 방미 첫날인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도 함께 만났다.

홍 특사는 3박4일의 일정 동안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 이어 상원의 매케인 위원장, 벤 카딘 외교위 민주당 간사, 코리 가드너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 및 하원의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 맥 손베리 군사위원장 등을 잇따라 접촉해 새 정부의 동맹 중심 기조를 알렸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헤리티지재단, 워싱턴포스트 등도 방문해 미국 싱크탱크와 언론계를 상대로 문재인 정부의 대외 정책 철학을 소개했다. 이에 따라 특사 외교를 통해 그간 우려됐던 한ㆍ미간 정책 충돌 가능성을 불식시키며 다음달 말로 예상되는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사단에는 황희 민주당 의원, 류진 풍산그룹 회장, 정해문 전 태국대사, 박선원 전 청와대 외교안보전략비서관 등이 참여했으며, 조구래 외교부 북미국장이 동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과는 어떤 얘기를 나눴는가.

“매케인 위원장은 확실하게 그 얘기를 합디다. 사드 돈은 우리가 내는거다. 한ㆍ미동맹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우리가 잘 알고 있고 같이 잘하자. 그 분은 약간 강성(hawkish)이 분이다. 그래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굉장히 자기가 화가 나지만 한ㆍ미가 합쳐서 잘 대응하자….”

방미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지고 왔다고 보고 워싱턴 조야의 생각을 상당히 비교적 직접 정확하게 듣고 보고 가니까 앞으로 대통령 방문도 계시고 거기에 대한 준비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한ㆍ미간 인식에서 큰 차이가 있나.

“우리가 바깥에서 듣는 (미국의) 정책을 확인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많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ㆍ미가 같이 가기 위해서는 속 내용을 채우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거기에 우리가 역할을 해야겠다…. 정상회담때, 또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공동 입장을 만들어 나가야 하고 만들어 나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와 느낌을 가지고 가니까요.”